與 고문단 "파병 반대" 등 강경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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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左)이 20일 고문단회의에 앞서 김원기 최고상임고문과 인사하고 있다. [장문기 기자]

20일 오전 열린우리당 당사 2층 고문단 회의실. 지긋한 나이의 당 고문들이 차례로 입장했다.

이들을 공손히 맞이한 신기남 의장이 "경륜을 배워 당을 이끌고자 한다"며 충고를 부탁했다. 회의를 앞두고 당직자들은 '개혁도 좋지만 속도 조절을 하라'는 얘기가 많이 나올 것으로 봤다.

그러나 그런 예상은 빗나갔다. 회의장에선 강성 발언이 이어졌다. 백발의 박종태(전 의원)고문은 이라크 파병 얘기를 꺼냈다. 그는 "40년 전 내가 월남 파병을 반대했는데 뒤돌아 보면 그것처럼 잘한 일이 없다"며 "요즘 국익이다 뭐다 하면서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데 (파병해선)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국가보안법도 김대중 대통령 시절 폐지했어야 했다. 말로만 개혁을 얘기하지 말고 국보법부터 폐기하라"고도 했다.

재야 운동가 출신의 윤영규 고문은 "현역 정치인들이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며 "어떤 당에선 세비를 모두 당에 내고 노동자 월급만 받겠다고 하는데 열린우리당도 국민에게 어필하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층계급, 아니 서민을 돌보는 것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회의를 지켜보던 한 당직자는 "고문들이 아니라 마치 소장 강경파가 모인 것 같았다"고 했다.

회의에선 젊은 지도부의 정치력을 다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원기 최고상임고문은 "우리 당이 개혁 의지는 강한데 너무 젊어지다 보니까 안정감과 균형감이 없어 불안한 생각이 없지 않다"고 했다. 정진길 고문은 "세상이 많이 젊어졌는데 '노송(老松)이 선영을 지킨다'는 옛말이 있다"고 했다.

신용호 기자<novae@joongang.co.kr>
사진=장문기 기자 <cha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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