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일등기업>1.싱가포르 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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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자리매김한 아시아 경제.그 주역은 물론 각국의 기업들이다.구미에 비하면 일천한 역사,부족한 자본과 기술,갈수록 거세지는 개방 파고를 극복하고 아시아 각국을 대표하는.1등기업'으로 자리잡은 기업들이 .성장하 는 아시아'의 주역들인 것이다.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는 해마다 이러한 아시아 각국의.1등기업'을 선정,발표하고 있다.지난해말 선정 결과를 중심으로 이들의 성장전략을 현지취재를 통해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註] 싱가포르항공(SIA)은 싱가포르의 태동과발전상을 그대로 담고 있는 명실공히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지난 72년 말레이항공에서 갈라져 나와 22개 노선을 갖고 영업을 시작한 싱가포르항공은 25년이 지난 지금 40개국 이상,75개 국제도시에 83개 노선을 가진 세계적 항공사로 성장했다.인구 3백만명의 도시국가 싱가포르에서 이런 국 제적 항공사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싱가포르의 꾸준한 고속 성장과 국제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의 가장 큰 특징은 외국인 승객비중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이다.싱가포르항공은 지난해 여객 운송 수입의 86%를 싱가포르인이 아닌 외국인들로부터 얻었다.전 세계 어느 항공사와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이다. 그 바탕에는 우수한 고객 서비스가 깔려있다.각 항공사 서비스질을 따져 매년 순위를 발표하는 세계적 항공 전문잡지.비즈니스트래블러'는 지난 92년이후 5년 연속 싱가포르항공을 세계 1위로 선정했다. 싱가포르항공의 우수한 대고객 서비스는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싱가포르항공은 탄생부터 대고객 서비스 개선을 영업상의 최우선 전략으로 삼았다. 캄지트 싱 싱가포르항공 홍보담당 이사는“영업전략의 첫번째는 고객우선 관리,두번째는 끊임없는 대고객 서비스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비행기 기내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와인 하나를 선정할 때도 세계 각국의 와인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와인구입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항공이 자랑하는 것중의 또 하나는 운항중인 비행기 평균 기령(機齡)이 5.3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짧다는 점이다. 세계 항공업계 평균 기령은 현재 약 12.5년이다.싱가포르항공은 이를 위해 지난 17년간 16억9천만달러어치에 달하는 69대의 중고 비행기를 내다팔았다.신형 비행기 구입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안전하며 고객 서비스에 최선을 다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감수한다는 자세다. 대신 신형기 운항으로 얻어지는 연료비와 수선유지비 절감을 통해 새 비행기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한 벌충하고 있다. 이같은 고객 위주의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철저한 직원 교육시스템,.안전과 친절'이라는.세일즈 포인트'를 분명히 하는 홍보전략등은 싱가포르항공에 탁월한 영업실적으로 나타났다.항공업계는 부침이 매우 심한 업종이다.그럼에도 싱가포르 항공은 창사이래 지금까지 단 한번도 손실을 보지 않고 안정적인 이익을 거둬왔다. 싱가포르항공은 지난 96년 3월말 결산결과 매출액은 전년비 5.2% 늘어난 62억5천2백만 싱가포르달러,순이익은 전년비 11.7% 늘어난 10억2천5백만 싱가포르달러를 기록했다. 싱가포르항공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수익기반을 찾아나서고 있다.캄지트 싱 홍보담당 이사는“중산층이 급격히 늘어나는 인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재 인도 타타그룹과 합작으로 항공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지난 20일 인도 정부가항공회사에 대한 외국인 투자한도를 확대함으로써 이 사업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이밖에도 비행기 엔진 정비및 부품생산 부문을 확대,대만에 비행기 생산업체를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는 소문도 있다.이에 대해싱가포르항공측은“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싱가포르가 새로운 활로를 찾기위해 비행기 생산산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싱가포르=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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