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만 천수이볜 총통 취임…독립 거론 안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 연임에 성공한 대만 천수이볜 총통이 20일 취임했다. 타이베이 대통령궁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千총통이 취임 선서를 하는 동안 한 경호 요원이 총을 움켜쥐고 경계하고 있다. [타이베이 AFP=연합]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20일 타이베이(臺北)에서 열린 제11대 총통 취임식에서 '대만 독립'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관계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각오했다. 이날 취임식장 주변은 어수선했다. 총통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야당 시위대는 "우리에겐 총통이 없다"며 시위를 벌였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무력시위를 벌일 것에 대비해 방어용 전투기를 영공에 띄워놓았다. 중국도 대만과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고 나섰다.

◇'독립'빠진 취임사=陳총통은 취임사에서 '대만 독립'이란 단어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다만 양안 간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4년 전 약속했던 '4불1무(四不一沒有)'정책도 사실상 재확인했다.'4불1무'란 중국의 무력침공 의사가 없다는 전제 아래 ▶독립 불선포▶국호 불변경▶양국론 입헌 불추진▶통독 국민투표 불실시 등 4불(不)과▶국가통일위원회와 국가통일강령 무(無)변경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연설문 곳곳에 '대만과 중국은 별도로 발전하는 주체'임을 강조했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만 독립론을 담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경고와 요구도 잊지 않았다. 우선 "베이징(北京)이 대만을 무력으로 위협하고,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려고 할 경우 양안 간 거리는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陳총통이 신사고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겨냥한 듯 "양안 지도자들이 새로운 사고로 (양안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 개정의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다만 "주권과 영토, 독립 여부는 국민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개정안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묘해지는 미.중 관계=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민감한 부분은 대만 문제"라고 못박았다. "미국이 중.대만 통일의 장애물"이라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陳총통의 독립 움직임을 부추기지 말라는 경고다. 중국의 대만 문제 전문가들은 "대만 독립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경제발전▶2008년 베이징올림픽▶중.미 관계를 모두 희생시키더라도 대만에 대해 무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국 군부는 미국이 대만 문제에 개입할 경우에 대비한 작전 시나리오를 마련했다고 한다. 중국 언론은 이에 대해 "인민해방군이 미국의 항공모함과 해외 군사기지를 타격하는 것도 불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의 무력사용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중국 정부가 문명국으로서 할 수 없는 격렬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통일문제에 대한 입장만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반응은 일단 부정적=대만 종합주가지수인 가권(加權)지수는 陳총통이 독립을 위한 헌법개정을 밀고 나가겠다고 밝힌 직후 반도체 관련주 등을 중심으로 전날보다 0.8% 내린 5818.33을 기록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