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르는 시트콤… 다양한 메뉴로 채널 점령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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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서울시장이 카메오로 출연했던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上). 또 세계적으로 히트한 ‘섹스 앤드 더 시티’(中)와 KBS가 새로 방영을 시작한 ‘달래네 집’(下).

지난 6일 밤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허드슨 강변 공원. 시민 3000여명이 담요를 깔고 앉아 대형 옥외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10년간 전 세계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던 NBC 인기 시트콤 '프렌즈'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이날 TV를 보며 아쉬움을 달랜 시청자 수는 4500만명. 지난 3월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종영일에도 양상은 비슷했다. 미 언론들은 "웃음으로 답답한 현실을 잊게 해 줬던 친구들이 가고 있다"며 야단이다.

*** 역사는 짧아도 인기작 많아

미국인들의 시트콤 사랑은 이 정도다. 그러나 우리도 시트콤에 관한 한 섭섭하지 않다. 역사는 짧아도 '남자 셋 여자 셋'을 비롯해 '오박사네 사람들''순풍산부인과''논스톱''세친구''똑바로 살아라' 등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해외 시트콤 매니어층도 탄탄하다. 그리고 지난 2~3년간의 침체를 딛고 시트콤이 다시 방송가를 접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상파는 국내판 시트콤 경쟁=올 방송사 봄 개편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MBC가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 '두근두근 체인지', 이렇게 두 편의 시트콤을 신설한 것이다. 그것도 둘다 모두 일요일에 방송하는 집중 편성을 했다.

젊은 남녀들의 사랑.우정을 주로 다뤘던 기존 형식도 깼다. '아가씨…'는 '여성 성장 코미디 시트콤'이란 이색 타이틀을 내걸었다. 여성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네 명의 좌충우돌 도전기를 그린다.

또 '두근두근 체인지'는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파격이다. 얼굴이 못 생겨 고민인 여고생이 요술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얼짱'으로 변한다는 만화적인 구조다.

그런가 하면 KBS는 시트콤계의 '역전의 용사' 김국진을 내세웠다. 지난 17일 문을 연 '달래네 집'을 통해 그는 1년 반 만에 시트콤에 복귀했다. 유지인.김청.견미리 등 품위(?)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 여인도 경쟁적으로 망가지고 있다. '압구정 종갓집'을 방영 중인 SBS 역시 한때 5월 방영을 목표로 '으랏차차 신가네'란 제목의 시트콤을 준비했었다. 월~목요일은 '압구정…'이, 금요일은 '으랏차차…'가 막겠다는 복안. SBS는 이를 위해 신동엽이란 '거물'을 캐스팅했었다.

◇케이블.위성엔 해외판 봇물='프렌즈'의 종영을 아쉬워한 건 한국 팬들도 마찬가지. 현재 케이블.위성에서 방송 중인 해외 유명 시트콤은 10편이 넘고, 인터넷 동호회 활동도 활발하다.

*** 해외 유명 작품도 러시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24시간 HD방송 전용채널인 'SkyHD'는 수퍼스타가 겪는 삶의 애환을 그린 코믹 시트콤 '베트 미들러'를 지난 16일부터 방송하고 있다.

또 프리미엄 영화채널 캐치온에서는 '섹스 앤드 더 시티'시즌 6을, 여성 라이프스타일 채널 온스타일은 '못말리는 커플'시즌 2를 방영 중이다. '섹스…'는 성공한 4명의 여성 뉴욕커들의 로맨스를 그린 코믹 드라마다.

이 밖에 '프렌즈''내 사랑 알렉스'(동아TV), '미녀 마법사 사브리나''못 말리는 유모'( CNTV), '윌 앤 그레이스'(GTV) 등도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코미디 인기 뒤에 꼭 뜨더라"

◇시트콤 전성시대 다시 오나=1996~99년 방영된 '남자 셋 여자 셋'은 시트콤 열풍을 주도했다. 이후 '논스톱' 등의 청춘 시트콤은 여전히 인기를 이어갔지만, 다른 시트콤들은 생각보다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전성시대가 올 거라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예측이다. '두근두근 체인지'의 노도철 PD는 이를 '순환론'으로 설명한다. 오락 프로그램의 경우 대개 코미디→시트콤→버라이어티쇼→코미디 등의 연쇄 구조를 가진다는 것이다.

"지난 2~3년간 버라이어티쇼가 최고조에 달했잖아요? 하지만 이제 한계에 봉착했어요. 지난해부터 조금씩 그 자리를 '코미디 하우스' 같은 코미디가 차지했죠. 그리고 다음은 시트콤이 될 거예요. 올 가을께 방송사들이 신작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왔어요."

'달래네 집'의 책임 PD인 KBS 장성환 부장은 요즘을 '시트콤 전성시대'로 부르는 데는 주저했다. 그러나 그는 "장르와 표현방식이 다양해지는 등 시트콤이 진화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며 "이런 시도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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