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어느 날 볕 좋은 오후
꽃구경 나왔다가, 어머 저 새 좀 봐!
고운 목소리로 그렇게 소리쳤을까
무논 한 복판에 희디 흰 사냥꾼 하나
물 속의 개구리가 막 눈에 들어왔는지
잽싸게 부리를 꽂는다
멀리서 지켜보는 누군가의 눈길도
실바람에 일렁이는 산그림자도 그에겐 없다
자기 물그림자를 그리워한 나르시소스처럼
오직 물 속의 그 무엇에 홀려
뛰어가고 멈춰서고 노려보고 부리를 꽂는 동안
경주 서출지(書出池) 부근
천년의 봄날은 느릿느릿 기울고 있었다
-경주 남산 자락의 들녘에서
사진=경북 경주시 도지동 418-3 김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