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디카 에세이] 물속의 넌 누구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7면

선덕여왕도 선화공주도 저 모습 보았을까

5월 어느 날 볕 좋은 오후

꽃구경 나왔다가, 어머 저 새 좀 봐!

고운 목소리로 그렇게 소리쳤을까

무논 한 복판에 희디 흰 사냥꾼 하나

물 속의 개구리가 막 눈에 들어왔는지

잽싸게 부리를 꽂는다

멀리서 지켜보는 누군가의 눈길도

실바람에 일렁이는 산그림자도 그에겐 없다

자기 물그림자를 그리워한 나르시소스처럼

오직 물 속의 그 무엇에 홀려

뛰어가고 멈춰서고 노려보고 부리를 꽂는 동안

경주 서출지(書出池) 부근

천년의 봄날은 느릿느릿 기울고 있었다

-경주 남산 자락의 들녘에서

사진=경북 경주시 도지동 418-3 김선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