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有感>뮤지컬"바디숍"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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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뮤지컬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보면.바디숍'(3월2일까지.인켈아트홀)은 꽤 괜찮은 작품이다.
재미와 더불어.감동'까지도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기쁨도 없지 않다.제목만 보고 다소 야하고 천할 것이라는선입견을 갖고 입장한 관객도 막판 반전의 묘미에 휩싸여 당초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 작품의 내용은 제목만으로도 직감할 수 있다.스트립터들의 꿈과 애환.욕망등을 섞어 놓은 영화.쇼걸'을 생각하면 된다.
무대와 배경이.리도쇼'같은 대형공간이 아니라 뒷골목 허름한 바디숍으로 축소.압축된게 다르다.
.마담언니'티파니 실버를 비롯,리안.사만타.도리스.케이샤.엔젤린등 모두 여섯명의 무희들이 주인공이다.언젠가.뜰 날'을 기다리던 이들이 톰 크루즈와 함께 영화를 찍게 해준다는 삼류영화감독의 꾐에 빠져 오디션을 보다 수포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막판 절망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실버가 던지는.명언'(잡초 인생이기에 삶에 대한 통찰력이 더욱 빛난다)은 그때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포르노그라피'의 함정에서 이 작품을 건져준다.“나에게 중요한 것도 남에겐 대수롭지 않은 법이야.” 이 기막힌 반전의 순간에 .바디숍'은 재미 혹은 단순 호기심의 차원을 넘어감동으로 연결된다.상업성으로 똘똘 뭉친 뮤지컬의 속성을 속까지드러내 보여주면서도 이처럼 유연하게 치장된 것은 아마 원작(유진 오닐의.얼음상인 돌아오다'를 월터 마크스가 뮤지컬로 각색했다)의 깊이를 잃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그만큼 드라마적인 구성이 탄탄하다는 반증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더블캐스트로 뛰고 있는 실버역의 김신아를 주목하고 싶다.어릴적부터 합창단 활동으로 단련된 노래실력과 글래머형의 안정된 몸매가 무대를 압도한다.데뷔작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드러나 풋풋한 맛이 있다.이제 그는 탤런트 김주승의 아내이자.큰손'장영자의 딸이 아닌.배우 김신아'로 태어났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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