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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4색 외국인 빅뱅 … 백구에 불꽃 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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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프로배구 V-리그, 특히 남자부는 그간 걸출한 외국인 선수가 판도를 좌우했다. 현대캐피탈 숀 루니(2005~2007년)가 그랬고, 지난 시즌 삼성화재 안젤코가 그랬다. 이들은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2008~2009시즌이라고 다르지 않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팀 성적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공격력 하나로 선수를 뽑던 예전과 달리 팀 색깔에 맞춰 ‘맞춤형 선수’를 뽑으면서 이들의 스펙트럼은 다양해졌다.


◆공격으로 승부한다 - 안젤코(삼성화재)·카이(LIG손해보험)=삼성화재에서 안젤코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안젤코가 팀 공격의 50%만 해주면 우승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최고 수비력의 삼성화재는 안젤코의 공격력으로 공수 밸런스를 맞춘다. 지난 시즌 검증된 안젤코는 15일 현대캐피탈과의 최강전에서 31점(공격점유율 41.67%, 성공률 56%)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배구계에서는 “삼성화재는 리베로(여오현)와 세터(최태웅), 외국인 공격수(안젤코)로 우승을 만드는 ‘비법’을 보여줬다”고 말할 정도다.

LIG손보는 카이의 영입으로 ‘고공배구’를 완성했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는 2m15㎝, 역대 최장신이다. 김요한·이종화(이상 1m98㎝), 이경수·하현용(이상 1m97㎝), 황동일(1m94㎝)까지 주전 평균신장이 2m다. 다른 팀에 열세인 조직력을 높이로 보완한다. 9월 KOVO컵 당시 카이는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배구에서 키의 위력은 절대적”이라는 말이 있다. 박기원 LIG손보 감독은 “강서브에 이어 블로킹으로 셧아웃시키는 고공배구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다.

◆수비까지 갖췄다 - 앤더슨(현대캐피탈)·칼라(대한항공)=구단들은 ‘외국인 선수=해결사’고 생각해 라이트 공격수를 선호한다. 보비·레안드로·팔라스카 등 외국인 선수 대부분이 라이트였다. 그런데 현대캐피탈 앤더슨과 대한항공 칼라는 레프트 공격수다. 공격만큼이나 서브리시브 등 수비가 중요한 자리다. 국내 최고 라이트 공격진(후인정·박철우)을 보유한 현대캐피탈로서는 앤더슨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고려증권 시절부터 ‘조직력’을 강조해온 진준택 대한항공 감독이 수비력 좋은 칼라를 영입한 건 당연한 결과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재학 중 현대캐피탈에 온 앤더슨은 ‘제2의 루니’를 꿈꾼다. 준수한 외모에 키(2m8㎝)도 크다. 김호철 감독은 “이제 막 프로에 입문해 완성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루니를 능가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앤더슨은 KOVO컵 결승전에서는 박철우와 52점(앤더슨 24점, 박철우 28점)을 합작했다.

대한항공이 긴 고민 끝에 영입한 칼라는 국내 첫 쿠바 출신 선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예선전 중 미국에 망명한 칼라는 17세부터 국가대표로 활약, 나이(24세)에 비해 노련하고 기본기가 좋다. 진준택 감독은 “공격만큼 수비도 탄탄한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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