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유니폼 값도 밀려 내년 200억원 이상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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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21일 승인 거부로 프로야구계를 뒤흔들었던 ‘장원삼 30억원 트레이드’ 파동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일주일을 끌었던 이번 일은 ‘히어로즈의 생존’이라는 더 큰 문제를 수면 위로 노출시켰다.

올 2월 창단 때부터 의문시됐던 히어로즈의 구단 운영 능력과 재정 상태는 이번 일로 ‘위기봉착’임이 공개적으로 확인됐다. 이장석 히어로즈 사장은 ‘트레이드 불가’ 소식을 전해 듣고 “뜻밖의 결정이다. 재정적인 문제로 장원삼을 트레이드 했는데”라며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히어로즈는 6월 말 1차 가입금(24억원) 분납 때를 넘기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메인 스폰서 우리담배가 발을 뺐다. 히어로즈는 ‘우리’를 팀 명칭으로 사용하면서 3년간 300억원을 지원받는 스폰서 계약을 했으나 가입금 미납 사태 탓에 우리담배는 계약을 해지했고 지원이 끊겼다. 이장석 사장은 “연말까지 내야 할 가입금 2차 분납액(24억원)은 확보했다. 그러나 내년 시즌을 안정적으로 꾸려가기 위해서는 메인 스폰서 지원금(우리담배로부터 받을 예정이었던 100억원) 외에도 100억원이 필요한데 현재 상황에서는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히어로즈는 창단 시 120억원의 가입급 중 12억원만 냈다. 남은 108억원을 2년간 네 차례(24억원-24억원-30억원-30억원)에 나눠 내기로 했었다. 다시 말해 내년에는 구단 연간 운영비(150억원 추산)를 빼고도 남은 분납금(60억원)까지 200억원 이상 필요하다. 더구나 히어로즈는 올 시즌 유니폼 값, 원정 숙박비 일부를 체납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위기가 찾아오면서 새로운 메인 스폰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재정난에 몰린 히어로즈는 ‘선수 현금 트레이드’라는 임시방편까지 꺼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신상우 총재까지 “히어로즈가 가입금을 완납할 때까지 현금 트레이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번 ‘장원삼 트레이드’는 당사자인 히어로즈와 삼성을 뺀 6개의 반대를 KBO가 수용하면서 봉합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8개 구단을 고집했던 지난해, KBO는 재정난에 빠진 현대를 살리기 위해 야구 기금 130억원을 쏟아부었다. 현재는 기금마저 바닥났다.

김승영 두산 단장은 “히어로즈가 향후 정상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할지 우려된다. 이제 히어로즈의 공중 분해 후 7개 구단으로 가는 경우도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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