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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신도시 아파트값 이상기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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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파트값이 심상치 않다.국가경제가 극도로 침체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값이 크게 뛸 요인이 없는데도 일부지역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빚어진 사태이긴 하지만 국가경제가 계속 침체될 경우 도리어 집값이 떨어질 소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서울 강남.목동및 수도권 신도시일대에 불고 있는 아파트값 이상기류를 심층 진단한다.
[편집자註] 요즘 서울강남.목동 및 신도시의 중대형 평수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보통 아파트값을 포함한 주택가격은 이사철을 전후해 오르다 겨울등 비수기에는 값이 진정되게 마련이다.그러나 이번 가격급등은비수기에 벌어지고 있는데다 특별한 가격상승요인도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선 최근의 상황은 80년대말 집값 급등때와 양상이 사뭇 다르다.당시에는 수출호조로 경상수지가 88년 기준 1백41억6천1백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돈이 풍족했다.올림픽 특수(特需)로 나라안이 흥청거릴 정도였고 경제성장률도 10%선을 넘어 여윳돈이 많았다.게다가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50%대에 불과했고 각종부동산투기방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유자금이 부동산으로 대거 몰려 결국 집값폭등을 낳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경제가 극도로 악화돼 지난해 국제수지는 도리어 2백30억달러 정도 적자를 기록했으며 서울 주택보급률도 70%대에 육박했다.더욱이 경기불황에 따른 기업들의 대량감원 조치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많고 장사도 되지 않 아 소득이 줄어들어 덩치 큰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도 없다.물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부동산,특히 환금성(換金性)이 뛰어난 아파트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없지않지만 큰 힘은 못된다.
또 92년 대선과 96년 총선때도 부동산은 전혀 움직이지 않은 선례가 있음을 감안할 때 올해 대선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지적이다.과거 같은 공약남발도 먹혀들지 않고 통합선거법 시행으로 선거자금을 마음껏 쓸 수 없어 인플레 우려 도 적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렇다면 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주요 아파트값이 들먹거리고 있는 것일까.
우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됐던 신도시의 전세값이 급등하면서 매매가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우세하다.전세값이오른 뒤에는 바로 매매값도 상승한다는 기대심리에 따라 매매 호가(呼價)만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이번 아파트 가격 급등은 대부분 호가 기준인데다 매물도 귀해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부동산경기 10년 주기설과 대선이 맞물려 집값이크게 뛸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호가만 잔뜩 높이는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91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온 부동산시장이 10년 주기설과 대선의 영향으로 올해가 반등 시점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강철규(姜哲圭)교수는“인플레 기대심리에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규제가 약한 주택쪽으로 흘러들어 집값상승 기류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며“앞으로 부동산값이 뛰면 우리경제는 더욱 어려워지므로 강력한 투기대책을 세 워 초기에 오름세를 꺾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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