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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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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파티에서 또 ‘포항초 샐러드’를 만들었다. 어떤 분이 내게 와서 “이 채소 이름이 뭐예요? 너무 맛있네요. 수입채소인가 봐요?”하신다. 내가 ‘’포항초 예요.” 라고 대답했더니 “우리나라 채소인가요? 처음 먹어보는데 맛이 좋네요.”하시는 거다. 포항초를 모르실 수도 있으니 시금치라고 한번 더 설명을 드렸다. 그러자 그 분은 나 한번 시금치 한번을 번갈아 쳐다보시더니 “시금치는 여태 나물로만 먹었는데 이렇게 먹을 수 있는지는 처음 알았네요.”하신다.

초겨울부터 간단하게 잘 해먹는 것 중 하나가 ‘포항초 샐러드’다. 잎의 푸르고 진한 녹색과 뿌리부분의 불그스름한 색조화가 너무 예뻐서이기도 하지만 잘 씻어 잎을 떼고 치즈와 드레싱만 곁들이면 되는 아주 간단한 메뉴이기 때문이다. 일반 시금치로 만들어도 되지만 특히 생으로 먹는 포항초는 떫은 맛이 없고 씹을 수록 고소한 단맛이 난다.

포항초는 재래종의 시금치로 경상북도 포항에서만 재배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반 개량종 시금치에 비해 잎이 짧지만 향이 깊고 단맛이 있다. 일반 시금치는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는데 비해 포항초는 늦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말하자면 겨울이 제철이다. 충분한 햇빛을 받으며 차가운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자라서 일까? 초겨울의 포항초는 더욱 더 맛이 좋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시금치를 즐겨먹는다는 기사가 나서 시금치의 영양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되기도 했다. 시금치에는 항산화 성분인 루테인과 페놀이 풍부하다. 비타민C, E, 식이섬유도 풍부하지만 특히 채소 중에서 비타민 A의 함유량이 가장 많아서 피부와 모발, 시력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 시금치가 철분의 보고라고도 하는데 철분의 함량은 100g당 2.6mg으로 샐러리와 상추 보단 높지만 근대보단 낮아서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시금치의 영양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오래 데치거나 끓이지 말아야 한다. 가장 간편하게 먹는 방법은 위에서도 말한 샐러드다. 훈제연어나 닭다리살 구이를 곁들이는 것도 좋다. 혹은 팬에 버터나 올리브유를 두르고 연기가 나기 직전까지(180도) 달군 다음 시금치를 넣고 녹색이 진해질 정도로만 볶아 내는 방법이 있다. 팬에 시금치를 올렸을 때 ‘치직’ 소리가 가능하면 크게 나도록 하고 팬에서 재빨리 꺼내는 것도 중요하다. 처음부터 소금을 넣으면 수분이 빠져나가 맛이 없어지므로 마지막에 소금을 넣는 것 또한 요령이다.

몇 년 전에 이탈리안 친구에게 시금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유럽사람들은 데이트를 할 때 시금치 요리는 절대 주문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시금치가 치아 사이에 껴서 망신을 당할 까봐 그렇단다. 우리가 데이트에서 이에 빨간 불이 날 까봐 고춧가루 든 음식을 피하듯, 그들은 파란 불이 날 까봐 걱정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재미있다.

시금치를 많이 먹으면 결석이 생긴다고도 하는데 이는 시금치를 하루에500g씩 매일매일 먹었을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이므로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안심해도 된다.

김은아 칼럼니스트 eunahsty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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