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양성자 가속기 ‘제이팍’ 다음 달 본격 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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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는 신이 숨겨놓았다는 ‘힉스 입자’를 찾을 준비를 하고 있다면, 제이팍은 그동안 찾아놓은 기본 입자들이 어떻게 양성자와 중성자 등 핵자를 구성하고 있는지를 단층촬영을 통해 그 비밀을 파헤쳐 보려는 것이다. 노벨물리학상의 보고로 불리는 핵 물리학 분야의 새로운 비밀을 밝혀 보려는 일본의 야심 찬 계획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제이팍 내부의 빔 가속장치. 빔을 빛의 속도에 가깝에 속도를 높이는 곳이다. 일본은 양성자 가속기로 우주 생성 원리를 규명한다.


제이팍은 일본 정부가 도쿄 북동쪽 130㎞ 떨어진 도카이에 2001년부터 약 2조원을 들여 건설하고 있는 양성자 가속기다. 최근 가동에 들어간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강입자가속기(LHC)로는 실험할 수 없는 핵자의 내부 세계를 들여다 볼 목적으로 건설이 시작됐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예산이 없어 건설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표준 모형에 따르면 물질은 6개의 쿼크를 포함한 18개의 기본 입자로 구성돼 있다. 그중 ‘힉스’ 만 발견하지 못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찾아냈다. 쿼크들은 두세 개, 또는 대여섯 개씩 서로 모여 양성자나 중성자 등 여러 입자를 만든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각각 세 개씩의 쿼크가 합해져 만들어졌다. 쿼크 6개로 만들어진 입자도 있을 것이라는 이론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어떻게 그렇게 입자 속에 쿼크들이 갇혀 있는지, 어떤 과정으로 쿼크들이 합쳐져 입자를 구성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또 양성자나 중성자가 아닌 입자가 들어가 있는 원자핵은 얼마나 오래 살고, 크기가 변할 수 있을까 등의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전북대학교 과학교육학부 김은주 교수는 “그 속을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빔을 만들어 내는 가속기가 없어 그런 의문은 풀리지 않은 숙제였다”며 “제이팍은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이팍이 과학자들의 눈을 한층 밝게 해주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의문이 밝혀지면 인류가 우주의 생성원리를 밝혀내는 데 신기원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제이팍 건설팀은 한국 과학자들에게 빔을 뽑아 쓸 수 있는 라인을 독자적으로 건설해도 좋다는 의견을 전달해 오기도 했다. 빔 라인을 건설하면 20년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이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방형찬 교수는 “한국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거대 가속기를 건설하지 않고도 우리 가속기처럼 제이팍을 장기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라며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빔 라인 건설에는 약 25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부산대학교 안정근 교수는 “제이팍 빔 라인 확보는 한국 과학자들의 입자 연구와 빔라인 건설 노하우, 데이터 해석 등의 연구력을 크게 높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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