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기경의 노동법개정 時局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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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천주교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이 17일 오후 노동법 개정으로 야기된 현 난국을 푸는.시국해법'을 제시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청와대회동을 통해 밝힌 金추기경의 해법은.대화와 타협'이다.金추기경은 이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사람의 관계는 과거 민주화투쟁에서는 물론 87년 대통령선거때 아주 긴밀하고 돈독해졌다.당시 金추기경은 야당후보 단일화 문제에서 비공개적이긴 했지만 김영삼 민주당총재와 김대중(金大中)평민당총재중.선(先)YS,후(後)DJ'안을 제시 ,김영삼총재의 손을 들어준 인연이 있다.
金추기경의 기본입장은 지난 12일 명동성당 정오미사 강론을 통해 밝혔던 해법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여당과 노동계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해결을 추구해선 안된다는 것이다.정부.여당은 이미 가톨릭 서울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각계 성명이 밝힌바 있는 개정노동법 국회 기습통과의.잘못'을 수용하는 재심의나 재개정.보완조치등을 강구하 는게 순리라는 입장이다.또 노동계는 국법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는.백지화'나 경제를 침몰시킬 무기한 전면파업등과 같은 강경대응에서 한발짝 물러서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가 이미 조건을 붙여 수용한 TV토론도 타협을 통해 어떠한 방법으로든 성사시키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한 듯하다.
두사람은 허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속깊은 얘기도 오갔을게 틀림없다.
가장 고민스런 난제중의 난제는 이미 영장까지 발부된 민주노총간부들이 농성중인 명동성당에 대한 공권력 투입문제다.金추기경은명동성당이 교회법상 성역이지 사회실정법상으로도 성역일수는 없다는 입장을 이미 분명히 했다.그러나 교회가.성 역'을 선언한바없지만 국민이 군사정권 시절 30년 이상 성역시해온 사회적 통념을 가볍게 여겨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83년 개정된 로마가톨릭 신교회법에는 과거 교회의.비호권'을 명시한 이른바 성역 조문이 삭제됐다.그래도 金추기경은 구약시대 모세법의.피난할 수 있는 성(城)'에 전통을 둔 교회의.성역성'을 최대한 지켜주는 공권력의 자제를 요 청한 것으로알려졌다.
〈이은윤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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