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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토야마 日민주당 대표.최상룡 고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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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정계의 차세대주자로 지목되고 있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대표가 지난12~15일 나흘간의 한국방문을 마치고 돌아갔다.그는 방한기간중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비롯,통일원.외무부장관을 만나 한.일 정치.외교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한국측 국회의원들과 친교를 가졌다.특히 하토야마대표는 특별강연회에서 역사인식에 대해 우리와 많은 공감대를 갖고 있음을 확인해주었다.이한(離韓)에 앞서 15일 오후 롯데호텔에서 가진최상룡(崔相龍)고려대교수와의 대담에 서 그는 아시아공생시대를 위한 한.일.북한.중국등의 정치가.학자들로 구성된 .정치포럼'을 만들자고 주창했다.
[편집자註] ▶최상룡=지금 세계는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이 변화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개별 국가는 물론 인류의 운명이 좌우될 것으로 봅니다.
특히 지구적 규모에서 정보화.세계화.지방화.지역화.민주화등 여러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을 종합적으로 방향지어줄 위대한 사상.운동이나 종교가 없습니다.이데올로기와 군사력이 세계를 두개로 그려놓았던 냉전시대가 해체되자 이데올로기는 힘을 잃고 그 자리를경제력이 메우고 있습니다.냉전후 세계의 변화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하토야마 유키오=말씀하신 세계적 변화는 냉전의 붕괴에 따른 것입니다.어떤 의미에서는 우주시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주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시야에 넣고 조망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어떤 국가도 다른 나라의 원조없이 홀로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아직 이같은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아시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아시아가 국제화.우주의식 속에서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간 차이를 서로 인정하고,국가의 존엄을 충분히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각 국가들이 경제적 척도에 너무 지나치게 얽매인 세계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일본이야말로 경제적 대응에 집착했다는 반성에 입각해 앞으로 의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일본뿐만 아니라 국가와의 관계에서도 우애(友 愛)의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제 개인의 생각이자 민주당의 정책입니다. ▶崔=선생께서는 현대 세계의 변화를.지나친 자유,잘못된 평등'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하고 이 양자를 극복할 수 있는 이념으로 우애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자유와 평등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린다면 사회주의 권력에 의한 평등과 시장경제체제의 자유경쟁을 통한 평등의 경쟁에서 일단 후자가 판정승을 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큰 문제는 있습니다.세계는 국경없는 기업이 주도하는 주권,즉.기업가 주권'의 시대를 맞고 있고 새로운 의미의 구조적 불평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일본의 보수적 풍토속에서.우애혁명'이 뿌리를 내릴 것으로 보는지요 .
▶하토야마=20세기는 자유와 평등의 두가지 큰 개념이 싸워왔다는 생각입니다.서방은 자유,사회주의권은 평등에 중점을 두어왔지요.결국 기회로서의 자유가 이겼지만 평등도 매우 중요합니다.
결과로서의 평등을 강조하게 되면 공산주의적 발상이 되겠지요.
그러나 이는 자유주의와 싸워 이길 수 없었지요.자유경쟁을 하면서도 기회로서의 평등을 부여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기회를 평등하게 하면 결과가 불평등하게 되기 도 합니다.
개개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보조금'으로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정부가 그들이.한판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회가 곧 우애의 사회입니다.개인의 자립화를 위해 한몫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찾아내는 것이지요.약자를지원하는 개념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을 살리기 위한 지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것은.큰 정부'가 아니라.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으로 귀착됩니다.
▶崔=지금 세계는 지역협력체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유럽연합(EU),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동남아국가연합(ASEAN)등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그러나 한.중.일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에서는 아직 정부차원의 지역협력체가 없습 니다.경제를의제로 한 몇가지 제안이 있으나 아직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관련,일본의 아시아관(觀)이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일본은 메이지(明治)유신이래 탈아입구(脫亞入歐)노선을 걸어왔습니다.제2차 세계대전후부터는 탈아입미(脫亞入美)를 계속하고있지요.앞으로 일본의 아시아관은 어떠해야 된다고 생각하 는지요. ▶하토야마=21세기는 분명 아시아.태평양시대입니다.
유럽에서는 EU가 아직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지만 매우 대담한 통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요.
그러나 아시아에는 정치.경제적 풍토가 극단적으로 다른 나라가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일을 추진하는 것이 생겨나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우애라고 하는 것이 유럽에서 EU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봅니다.아시아에 EU와 같은 조직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시아의 안정과 경제발전을 가져올 것입니다.아시아에서 경제적 국경은 없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EU가 최초에 의회를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처음에는 잘 기능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회원국 국민들의 마음을 합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이 안되면 아시아만이라도 동북아를 중심으로 의회조직을 만들 것을 제창하고 싶습니다.이를 위해서는 먼저.정치포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각국 국회의원이 중심이 돼서정치포럼을 만들어 아시아 의회의 출발점으로 삼아 야합니다.
▶崔=한.일관계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한국 사람들은 일본의 여러 정치세력 가운데 선생을 대표로 하는 민주당의 역사인식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시아 議會 구성해야 저는 역사인식의 문제를 두가지 지적(知的)작용의 결합으로 봅니다.하나는 사실 확인의 문제고,나머지는 확인된 사실을 토대로 한 사실 해석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양국간에는 첫 단계인 사실확인에 대해서도 합의가 거의없는 실정이지요.특히 최근의 독도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일본에서는 법기술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이는 법이전에 역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이에 대한 견해는 어떤지요.
▶하토야마=교수님의 의견과 거의 같습니다.역사 인식은 사실을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합니다.사실을 해석하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나 사실은 하나밖에 없습니다.이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망언을 하 게 됩니다.이는 역사적 사실을 이해한다면 있을수 없는 일이지요.일본은 식민지시대에 침략행위로 많은 사람을 잃게 했거나 고통을 준 만큼 이에대해 다시 한번 사죄의 마음으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를 통해 근본적인 점을 확실히 파악 한다면 한국민의 감정을 크게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번 방한에서도 상당히 많은 한국민들을 만났지만 책임을 추궁하거나 배상을 요구하는식의 과거에 구애받는 말은 그다지 듣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일본이 이따금씩 과거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까하는 한국민의 우려에 대한 원인을 제공했습니다.미래를 향해 서로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독도문제에 대한 역사적 진실도 하나밖에 없습니다.
다만 과거의 문헌에 대해 먼저 확실히 검증하지 않으면 안됩니다.충분히 시간을 두고 한.일간 협력을 통해 검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이 문제로 한.일간 관계가 이상하게 되지 않도록 냉정히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崔=한국은 원칙적으로 일본이 북한과 수교하는 것을 찬성합니다.그러나 북한이 한국 따돌리기를 고집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아래 대북관계를 진행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 한국인의 통념으로는 일본이 한국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이에대한 의견은 어떤지요.
▶하토야마=유감스럽게도 한국민들은 편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나와 민주당,그리고 거의 모든 일본인들은 한반도의 통일을바라고 있습니다.한반도의 통일은 일본 방위문제는 물론 일.미 안보문제에도 큰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한국의 주도적 역할아래통일되는 것은 일본이 평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위해서도 바람직합니다.가능한한 우리는 이를 지원하고 싶습니다.이를 위해서는 먼저 일본과 북한이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안됩니다.양국관계가 지금 끊어져 있는 만큼 국교정 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일본이 행동할 때는 한국에 이해를 구하는절차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식량난과 경제적 위기로 인도적인 요청을 해오더라도 우리는 전략적인 입장에서 검토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단순히 인도적인 활동이라 하더라도 한국민의 감정을 살펴야 하고,이것이 남북통일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 판단해가면서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日 군사大國化 큰 우려 ▶崔=한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일본이 어디로 가는가하는 문제입니다.일본의 국가 미래상에대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씨의 보통국가론을 제외하고는 거의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군사.안보문제를 포함한 일본의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하토야마=한국민이 일본에 대해 군사대국화하거나 과거와 같은침략행위를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은 일본이 과거사를 확실히 매듭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따라서 과거사를 확실히 매듭짓고,이를 바탕으로 두번 다시 침략행위나 무력행사를 하 지 않는 것이긴요하다고 생각합니다.이같은 연장선상에서 자위대가 다른 나라에파견돼 인도적인 지원을 하더라도 무력행사를 동반해서는 안된다고생각합니다.예컨대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을 할 경우 평화유지군(PKF)에 들어가 무력을 사 용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앞으로 일본은 미군기지없는 안보를 선택사항중 하나로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미군의 주둔은 필요하지만 미래에도 영원히 필요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결국은 북동아시아에 평화.안정을 위한기구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지요.
▶崔=장시간 감사합니다.민주당의 건투를 바랍니다.

<정리=곽재원.오영환 기자> ▶1947년 도쿄(東京)생 ▶도쿄대 공학부졸.스탠퍼드대 공학박사 ▶전수대 조교수를 거쳐 86년 중의원 ▶홋카이도(北海道)개발청정무차관,내각 관방부장관등을역임 ▶현재 민주당대표로서 국회 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부인과 1남 ▶증조부가 국회의장(중원),조부는 총리,부친은 외상을 지냈으며 친동생이 현재 중의원 의원으로 민주당부대표를 맡고 있는정치명문가.외가쪽은 고무.타이어분야의 브리지스톤그룹 창업가를 중심으로 미노베 료기치 전도쿄도지사,미야자와 기이치 전총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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