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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사르트르·헤밍웨이…문학과 함께 동고동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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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년 동안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여온 두 카페가 있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데프레 지역의 '레 되 마고(Les Deux Magots)'와'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re)'. 1885년 문을 연 '레 되 마고'는 올해로 꼭 120년이 됐다. '카페 드 플로르'는 2년 늦게 개업했다.

두 카페는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두 카페 모두 문인.화가 등 예술가들이 즐겨 찾았던 곳.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는 두 카페를 작업실처럼 애용했다. 원래 두 사람은 '마고' 단골이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난방시설이 좋은 플로르로 옮겼다. 무명시절 가난했던 그들에게 시장기와 추위는 커다란 적이었다. 1940년대 두 사람은 플로르에서 살다시피 했다.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원고를 쓰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가 오후 2시에 돌아와 4시까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고는 오후 8시까지 원고를 썼다. 이 밖에 앙드레 지드와 헤밍웨이.피카소 등도 두 카페의 소문난 단골이었다. 이러한 문학적인 역사를 가진 카페답게 둘 모두 자체 문학상을 가지고 있다. 33년 만들어진 레 되 마고 문학상은 7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 상금은 7700유로(약 1000만원). 94년에 제정된 플로르 문학상은 6100유로의 상금을 지급한다.

두 카페의 종업원 복장은 아예 똑같다. 흰 와이셔츠에 검은 나비 넥타이, 조끼, 흰 앞치마까지 같아 구별이 안 될 정도다. 메뉴도 비슷하지만 포도주에 관한 한 플로르가 훨씬 고급이다. 플로르의 포도주 목록에는 보르도 특등급 포도주 다섯 개가 모두 있다. 마고는 이 중 샤토 오브리옹만 판다. 그동안 플로르의 주인이 네 번 바뀌었고 마고의 주인은 한 번 바뀌었다. 하지만 이들은 언제나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플로르의 홍보담당 카롤 크레티에노는 "길 건너 있는 리프(LIPP) 식당 주인과 함께 세 가게의 주인은 항상 친구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 카페보다 나은 점을 묻자 양쪽 모두 '장점' 아닌 '차이점'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마고의 자크 마티바 사장은 "우리 카페에는 보수 성향 손님과 신문기자들이 많이 찾고 플로르에는 진보 성향의 손님과 잡지기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상대편을 깎아내리지 않는 118년 맞수의 '내공'이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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