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美 카길 기업공개 여부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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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카길은 미국에서 가장 큰 비공개 기업이다.곡물과 돼지고기에서비료에 이르는 갖가지 사업으로 연간 6백억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카길은 개인기업이 갖는 이점을 가장 잘 보여준다.
카길이 인도에서 추진해온 사업은 공개기업이라면 투자자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7년간 적자에다 반(反)서구 시위대가현지 사무소를 두번이나 불태웠는데도 사업을 계속한 것은 개인기업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인도 사업은 이제 짭짤 한 수익을 올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카길은 이같은 저돌성으로 해외자산을 전체의 40%로 끌어올렸고 수입의 거의 절반을 해외에서 캐고 있다.
미국내에서 아홉번째로 큰 기업인 카길은 첨단기업인 AT&T.
IBM이 수만명씩 감원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사람을 늘려 현 종업원은 모두 7만9천명에 달한다.
카길은 언제까지 비공개로 남아있을 수 있을 것인가.대부분의 주식은 창업자인 맥밀런과 카길 가문의 후손 80여명이 소유하고있다. 그러나 몇몇 젊은 상속인들은 소유지분을 현금화하고 싶어한다.카길의 시장가치는 적어도 1백20억달러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경 속의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 가문의 전통은 더이상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밑바닥에서부터 일을 시작해 평생을 회사에 바친 선대와는 달리 은행가나 방송인으로 성장한 젊은 세대들은 현재 이 회사에서 일하지도 않는다.이런 변화를 반영하듯카길의 5대째 가족경영인이었던 휘트니 맥밀런이 95년 은퇴한 후 최고경영자 자리가 외부 출신인 어니스트 마이섹에게 넘어갔다.마이섹 회장은 개인기업으로 남아있는 게 대중의 관심을 피하는데 유리하다며“카길은 공개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올해 60세인 마이섹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정년퇴임하게 돼있고 후임으로 유력한 로버트 럼킨스(52)는 생각이 다르다. 금융통인 럼킨스는 곡물에서 채권에 이르기까지 카길의 온갖금융거래를 주무르는 핵심두뇌로 기업공개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감이 없다.그는 이미 미증권감독위원회(SEC)의 공개요건을 어떻게 충족시킬지를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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