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 잃고 누워 있던 육군병원 2005년 오바마가 홀로 병문안 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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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재향군인의 날인 지난 11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전쟁기념비 앞에서 작은 여성을 끌어안았다. 그 여성의 겨울 코트 자락 밑으로는 두 짝의 알루미늄 의족이 선명하게 보였다. 두 사람이 포옹하고 있는 사진은 세계로 퍼졌고,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

이 여성은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두 다리를 잃은 태미 덕워스(40)일리노이주 보훈처장(현역 소령)이었다. 덕워스는 18일 본지와의 단독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오바마 당선인과는 2005년 워싱턴 DC의 월터 리드 육군병원에서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덕워스가 치료를 받았던 병원이다. 그는 “오바마는 기자들을 데리고 병문안을 오지 않았다”며 “아무런 대가 없이 나를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서로 통하는 구석이 많다. 덕워스는 16세 때 태국에서 오바마의 고향인 미국 하와이로 이주했다. 그 역시 백인 아버지와 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다. 게다가 하와이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했다. 오바마도 컬럼비아 대학 국제정치학 학사다.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학 석사를 받은 덕워스는 24세 때 군대를 선택했다. 그는 “외교관으로 일하기 위해선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입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학생군사교육단(ROTC)으로 군에 입대한 덕워스는 헬기 조종사를 자청했다. 그는 “헬기 조종사는 여성이 전투지에서 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책이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조종학교를 마친 덕워스는 1년여 만에 블랙호크(다목적 전술 공중강습작전 수행용 헬기) 편대를 지휘하는 편대장이 됐다. 그는 “미국에서 첫 여성, 첫 아시아 출신 헬기 편대장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이 선택은 그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2004년 11월 12일. 함대에서 블랙호크를 몰고 병사들을 바그다드로 이송한 뒤 되돌아오는 길에 공격을 받았다. 이라크 반군들이 쏜 로켓추진유탄(RPG-7)이 조종석에 맞았다.

“페달을 밟으려고 하는데 다리가 없었어요.”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부조종사 댄 밀버그 준위는 블랙호크를 수풀 위로 비상 착륙시키고 덕워스를 뒤따라오던 다른 블랙호크로 피신시켰다. 덕워스는 병원으로 후송되는 도중 의식을 잃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고 전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다리가 여전히 제대로 붙어 있지 않을까 확인해 보곤 했다”고 했다. 이라크 참전 군인이기도 한 남편 브라이언 볼스베이 대위가 매일 병상을 지키면서 그를 위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안정을 되찾아갔다. 그는 “남편 덕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며 “다리를 잃은 날은 최악의 날이기도 하지만 목숨을 건진 날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4년 전 사고로 죽는 줄만 알았는데 주변의 관심으로 되살아나 이제는 자부심을 느낀다. 하루하루가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병상에서 일어난 뒤 덕워스는 더욱 열심히 살고 있다. 평일에는 일리노이주 보훈처장으로, 주말엔 주방위군 군인으로서 1인2역을 소화해내고 있다. 그는 “17년간 군에 몸 담았다”며 “20년 동안 근속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오바마로 인해 정치에도 관여하게 됐다. 그는 “오바마가 여러 차례 부탁해 연방 상원의원 재향군인위원회에 참석해 연설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2006년에는 민주당 후보로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2%포인트 차로 낙선했다. 그는 “한인사회가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가장 처음 지지해 준 곳 중 하나였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미 대선 때는 오바마를 위해 열심히 뛰었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오바마 지지 연설을 했고, 오바마가 군인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는 데 크게 기여했다. AP통신은 최근 덕워스가 오바마의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를 차기 연방 보훈처장 후보로 꼽았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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