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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서 한밤 不法복제 기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보광미디어의 정자춘사장은 자신이 개발한 .CD-블릿츠'가 PC통신을 통해 불법복제됐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민다.
이 제품은 CD롬 드라이브 속도를 높여주는 소프트웨어.지난해5월 천리안.유니텔.나우누리 3개 통신사의 공개정보망에 오르면서 7천여 카피가 불법복제됐다.보광미디어는 즉시 3개사를 검찰에 제소했다.이 가운데 천리안.유니텔과는 합의가 이뤄졌으나 나우누리와는 아직도 분쟁이 진행중이다.
정사장은“2년동안 5억원을 들여 개발한 제품”이라며“PC통신사가 공개자료실에 자료를 올리기 위해서는 이를 검열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부실하게 해 수억원대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보광미디어는 최근엔 나우누리에 대해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요구하는 보상금액은 2억4천만원.
하지만 나우누리측은“수만개에 달하는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상용인지 비상용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이에 맞서고 있다.
PC통신을 통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지난해 9월 실시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품 입수경로 조사에서도 PC통신을 통한 불법복제는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PC사용자 1천7백56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조사대상자의 1백46명(8.3%)은 PC통신망을 이용해불법소프트웨어를 구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 불법복제자는 주로 이용시간대가 높은 오후11시부터 오전2시 사이 심야를 이용해.작업'을 하고 있어.올빼미'또는.심야의 무법자'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PC통신을 4년째 이용하는 황준수(Y대 3년.20)씨의 증언(?)은 이렇 다.
“백업CD란 것이 있어요.공(空)CD에 시중의 소프트웨어를 담은 CD를 말합니다.물론 불법복제된 거죠.밤중에 PC통신에 들어가면 이런 CD를 판다는 내용이 동호회나 장터란에 올라있어요.물론 무슨 소프트웨어를 판다는 식으로 직설적으로 표현하지는않지만 컴퓨터를 좀 안다는 사람은 금방 알아요.” 황씨 역시 PC통신을 통해 4개의 소프트웨어를 구했다고 했다.
PC통신업체들도 이들을 막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보광미디어사건처럼 자신들에게도 직접적인 피해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4대 PC통신사는 최근 한국소프트웨어(SW)산업협회 산하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 회원으로 동시에 가입, 제도적 보안장치를 강구하고 있다.
유니텔 이규남과장은“현재 PC통신사들이 심야불법복제자를 막기위해 가장 유력시되는 대안은 SW협회와 함께 소프트웨어의 상용.비상용을 구분하는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사전에 소프트웨어의 상용 여부를 알아서 상 용프로그램일때는 PC통신망의 공개자료실에 올리는 것을 엄격하게 막는 방안이다. 문제는 DB구축만으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근절하기 힘들다는 것이다.공개자료실을 통한 불법복제는 지난 3년간 3건에불과할 정도로 미미하기 때문이다.나우누리 성혜령과장은“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결국 PC통신을 이용하는 네티즌들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통신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주지않는 네티켓(네티즌+에티켓)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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