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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그녀 있으매…샹송의 미래는 장밋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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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송계에 수퍼스타들이 돌아오고 있다. 샤를 아즈나부르.줄리엣 그레코.실비 바르탕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컴백하며 활기가 넘친다. 그리고 계속 등장하는 실력파 신인들은 샹송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차세대 샹송 기수로 떠오른 케렌 안(左)과 모델 출신으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카를라 브뤼니도 총명하고 아름다운 샛별들이다.

홍대 앞 길가의 작은 벤치에 젊은 남녀 한 쌍이 앉아 있다. 남자는 술에 취한 연인이 안타까운 듯 말을 건넨다. "괜찮아? 왜 그렇게 많이 마셨냐… 우리들의 ××× ××××은 그렇게 시작됐다"는 어느 이동통신 광고에서 시냇물처럼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기타 선율과 읊조리는 듯한 보컬. 바로 프랑스 샹송계 최고의 신세대 싱어 송라이터로 떠오른 케렌 안의 노래다.

영어노래 11곡과 5곡의 불어 보너스 트랙이 담겨 있는 '낫 고잉 애니웨어(Not Going Anywhere)'앨범의 백미는 단연 타이틀곡이다. 안의 읊조리는 보컬과 달콤하고 친숙한 멜로디, 필요한 만큼의 현악 연주가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다. 최근 광고에 쓰이며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곡으로, '사람들은 오고 가고 떠나지만, 나는 어디로도 떠나지 않아요…'라고 반복되는 구절은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어린이의 코러스가 아련함을 전하는 '엔드 오브 메이(End Of May)', 귀엽고 가냘픈 제인 버킨 풍의 '라이트 나우 앤드 라이트 히어(Right Now & Right Here)'까지 안 특유의 우수 어린 목소리가 샹송의 매력을 더한다.

"어머, 이 여자 톱모델인데 음반 냈네." 카를라 브뤼니의 데뷔앨범 '캘 캉 마 디(누군가 내게 말했지)'의 재킷을 보고 많은 이가 처음 보이는 반응이다. 브뤼니의 엄청난 성공은 지난해 샹송계의 핫이슈였다. 프라다.샤넬.장 폴 고티에 같은 당대 최고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했던 그가 신인가수로 데뷔해 무려 100만장 (해외에선 50만장) 이상을 팔았기 때문이다.

1998년 그는 모델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그리고는 이름을 철저히 숨긴 채 자신의 음악을 담은 데모 테이프를 여러 음반사에 보냈다. 마침내 한 음반사에서 연락이 왔다. 계약하기 위해 나타난 그를 보고 음반사 관계자들은 놀라 자빠졌다. 그는 수퍼모델의 후광을 거부했다. 그리고 겸손한 자세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점에 대중은 열광했다. 타이틀곡 '캘 캉 마 디'는 프랑스 싱글 차트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앨범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콘서트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모습은 명품 패션쇼의 무대 워킹보다 더 돋보였다. 지난 2월부터 계속되는 콘서트를 통해 '무늬만 가수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잠재웠다.

음반은 전체적으로 아마추어 티를 갓 벗어난 듯한 느낌이다. 어려운 코드 진행과 전자 사운드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기계적 손질을 자제한 풋풋한 목소리와 어쿠스틱 악기들, 그리고 편안한 여백이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들은 자극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휴식처럼 다가온다. 꾸밈없는 솔직함을 사랑하는 건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 / KBS-TV 무한음악지대 진행)

*** 바로잡습니다

5월 20일자 S7면의 기사제목 '그녀 있음에… 샹송의 미래는 장밋빛' 중 '그녀 있음에'를 '그녀 있으매'로 바로잡습니다. '-으매'는 뒷말의 근거나 원인을 말할 때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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