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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인터넷 복사 좋은 시절 마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천현수(연세대 대학원1년.전자공학)씨는 록음악 그룹 미 드림시어터를 좋아한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드림시어터의 파일을 내려받아 음악을 듣기도하고 친구에게 보내주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그것이 어렵게 됐다.
천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에서 일부 상용제품을 제외하면공개프로그램을 복사해 나눠 쓰거나 명화(名畵).사진등을 자신의홈페이지에 옮겨 놓는 행위는 일반화돼 있다.
온라인 책이나 시집을 읽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갈무리해 애인에게 전자우편을 보내는 일도 마찬가지.
이같이 저작권의 무풍지대였던 가상공간에 현실세계 법률 적용이코앞에 닥쳐오고 있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회의에서 1백20개국은 컴퓨터 통신망을 통한 문학.예술작품,영화.음반.뮤지컬등 실연(實演)내용의 무단 복제및 전송을 금지하는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본지 96년12월22 일자 2면 보도> 물론 인터넷 데이터베이스(DB)를 PC램(읽기 전용 메모리)에 저장했다가 나중에 사용하는 경우는 적용이 유보됐지만 앞으로 조항이 확대될 경우 네티즌들이 무심코 파일을 복제하거나 배포하면 자칫 저작권 침해라는 올가미에 걸려들 수도 있다.
WIPO회의에 참석한 문화체육부 임원선(林元善)서기관은“실연작품이나 음반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면 복제권 침해에,타인에게 전송할 경우는 공중 전달권 침해에 각각 해당한다”며“이번 협정은 베른협약 9조의 지재권보호안이 인터넷에서도 그대로 적용됨을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상공간의 지재권 침해여부를 가리는데는 현실적으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에 채택된 예술.실연작품 파일의 저작권보호는 일단 예술가와 공연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되고 있지만 자료를 복제하고 전송하는 과정의 잘잘못을 따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에는 아직 판례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황금시장을 겨냥한 업체들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저작권 침해시비를 따지는 송사(訟事)가 잇따르고 있다.
미 사이언톨로지교회 전(前)목사 얼리히는 교회 설립자인 허버드의 저작물을 인터넷 사설게시판(BBS)에 무단공개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반면 인터넷 접속업체나 BBS 운영자는.책임 없음'판결을 받았다. <양영유 기자>*** 26면.커버스토리'로 계속 (BBS)에 무단공개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았다.반면 인터넷 접속업체나 BBS 운영자는.책임 없음'판결을 받았다.
***[ 25면.커버…'에서 계속 ] 이들이 불법복제물임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없는데다 직접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사건이 잇따르자 미 IBM은 내용물 제공자가 이용료와기간등을 미리 정해 회원들에게만 서비스하는 저작권관리시스템.인포마켓'을 개발했다.인터트러스트 테크놀로지사는 복제를 감시하는.디지박스'를,디지막사는 저작물 유통을 추적할 수 있는.픽처막'시스템을 각각 개발,황금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스템 도입이 일반화될 경우 정보의 공유라는 인터넷의 존립 취지에 위반된다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높다.김광섭(金光燮.32)씨는“저작권 보호라는 미명아래 이용자들의 파일을 감시하는 것은 또 다른 통신검열”이라며“정보제 공자들이 저작권 표시를 명확히 하지 않는 한 사실상 침해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업체들도 자사 통신망에서 파일이 무단복제되는 것을 감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제이씨현시스템의 전병엽(田炳曄)이사는“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도로관리책임자인 도로공사가 책임을 지고 있느냐”고 반문하며“파일을 내려받 을 때▶해당사이트의 저작권규정을 살펴보고▶저작물을 인용할 경우 원저작권자를 명기하며▶유명상호나 로고를 무단 사용하지 말 것”등을 권유했다. 임원선서기관은“저작권보호는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나라도 국회 비준을 받으면 1~2년내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며“튼실한국산 DB개발에 나서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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