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勞측 대화거부는 잘못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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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복잡한 사안일수록 대화와 토론,그리고 설득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민주사회에서 갈등구조를 푸는 방식은 결국 대화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누구나 인정하면서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노사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 된 노동법 관련법안 통과과정에서도 대화.토론.설득이 충분했었다면 지금과 같은 파업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여당만 대화.토론.설득을 거부한게 아니다.어제 오전엔 여당대표가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민주노총지도부를 만나 대화를 하자고 찾아갔지만 민주노총쪽에서 이를 거부했다.법안을 백지화하지 않고선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문제의 법안에 대해 TV토론을 하자고 여당이 제안했지만 이 또한 거부됐다.
적어도 민주노총이라면 일부러 찾아가서라도 여당대표를 만나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과 이론을 폈어야 한다.그러나 일부러 찾아온 여당대표를 문전에서 박대하고만나주지조차 않았다.대화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이 이번 파업사태와 관련해 간곡한 당부를보냈다.“정치지도자는 예수님의 겸손을 본받고,노동계도 극한 방법보다는 사랑과 평화와 용서의 마음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했다.무엇이 대화인가.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남 의 주장을 들으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서로를 양보하면서 위기상황을풀어가는 1차적 단계가 대화 아닌가.대화차단은 극한투쟁밖에 없다는 이야기다.노사간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나라경제 전체가 달린 중차대한 위기국면에서 누구와도 대화않고 내 갈길만 가겠다는대화거부는 나 혼자만 살겠다는 비민주적 오만으로 비쳐질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여야정치인이 국회에서 만나 대화.
토론을 통해 대안제시를 해야 하듯이 노조도 파업.시위만이 능사가 아니라 누구와도 대화하겠다는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대화만이 민주사회의 갈등을 푸는 느리면서 빠른 지름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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