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깊어가는 불황 안이한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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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해 들어서도 국제수지적자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독일의 슈피겔지는 한국 등 아시아경제가.성장의 덫'에 걸려 기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프랑스의 르몽드지와 국내의 한 경제연구소는 한국이.제2의 멕시코 '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해 반도체쇼크로 통칭되는 교역조건의 악화로 기업수지는 매우 열악한 상태다.주식시장이 기록적인 약세를 지속하면서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은행과 증권 등 금융업체들도 속으로 멍들어 있다.만약 올해도 기업이 수출할만한 상품을 제대로 못 만들고 수출해도 제값을 못 받으면 우리는 정말 심각한 불황에 직면할 것이다.그동안 생산을 줄이기보다는 재고를 늘려 경기후퇴에 대처해온기업이 이제 올해 경기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투자를 감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이것이 경제 전반에 확산되면 상반기중 저점(低點)을 지날 것이라는 경기는 하반기에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경기전망이 극히 불투명한 가운데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파업사태로 증시는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경제의 맥박'인증시는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 대한 투자자의 실망감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렇게 심각한 경제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연두회견에기대했던 국민들은 금융개혁을 하겠다는 것외에는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15일께 생산성향상을 포함한 경제대책을 정부차원에서 발표한다지만 과연 상황의 심각성에 걸맞는 대 책이 나올지 의문이다.
당장 정부가 해야 할 단기적인 과제는 첫째,어떻게 국제수지적자를 줄여 해외부문을 안정시키고 외환보유고감소와 외채누적의 불안을 해소하느냐를 밝히는 것이다.둘째,파업사태를 어떻게든 대화로 해결해 생산라인을 정상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 다는 것이다. 국제수지적자감축을 위해 원화의 평가절하는 불가피하다.다만 거시적으로 수용가능한 물가상승수준과의 균형이 필요할 것이다.여기서 물꼬가 트이지 않으면 수출도 안되고 기업이 견뎌내기 힘들것이다.파업사태해결을 위해 기본적으로 고용의 안정 과 임금상승의 안정을 놓고 노사가 타협하도록 정치권이 중재.조정을 해야 하는 법인데 그 태세가 전혀 안 돼 있어 걱정이다.
정부가 과연 난국을 헤쳐나가는 지도력이 있는가에 관한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일반 국민은 다 알고 있는 어려움을 권력의 주변만 모른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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