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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훈장님 … 계룡산 자락 양지서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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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충남 논산시 연산면 양지서당 유복엽(69) 훈장과 서당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고 있다. 유훈장은 틈틈이 학생들과 함께 운동삼아 자전거를 탄다. [논산=김성태 프리랜서]

충남 논산군 연산면 송정리 계룡산 자락에 자리잡은 양지서당. 초·중·고·대학생에게 한학(명심보감 등)·검도·서예 등을 가르치는 사설 교육기관이다.

14일 오후 3시 서당 앞마당에서 유복엽(69)훈장이 자전거에 오른다. 그러자 서당에서 기숙하는 학생 10여명도 각자 자전거를 타고 훈장을 따른다. 학교에서 돌아와 훈장과 함께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는 시간이다. 훈장과 학생들은 서당에서 2㎞떨어진 마을까지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한뒤 서당으로 돌아왔다.

유씨는 “날마다 애들에게 한문을 가르치다 보면 운동할 시간이 적다”며 “자전거를 타면 기분까지 상쾌해진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10여년 전부터 자전거를 즐겨 타왔다고 한다. 서당에서 3㎞쯤 떨어진 면사무소 등에 볼일을 보러 갈 때는 어김없이 자전거를 이용한다. 자전거 타는 복장도 평소 즐겨입는 한복 차림이다. 10여년전 구입한 자전거를 지금도 쓰도 있다. 그는 “날마다 입는 옷이어서 자전거 탈때도 한복이 편하다”라고 했다. 훈장이 자전거를 애용하자 유씨와 함께 서당을 운영하는 아들 정우(37)·정욱(35)씨 가족과 서당기숙생 18명도 모두 자전거를 구입했다. 기숙생 김규채(연산초 5년)군은 “훈장님이 자전거를 자주 타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방과후에 자전거를 타며 논다”라며 활짝 웃었다. 학생들은 낮에는 정규학교에 다니고, 저녁과 새벽 시간을 이용해 한학과 검도 등을 배운다.

양지서당은 유씨가 1996년 설립했다. 전북 남원 출신인 그는 중학교 졸업뒤 10여년간 건축업을 하다, 정신수양 차원에서 한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3남1녀인 그의 자녀들도 모두 한학을 배웠다. 이가운데 두 아들은 부친과 함께 양지서당을 운영중이며 큰아들 정인(39)씨와 딸 수영(30)씨도 대전에서 서당을 열고 학생들에게 한학을 지도하고 있다.

논산=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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