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씨 30일 서울 공연 ‘아기 예수를 …’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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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피아니스트 백건우(62)가 프랑스 디나르에서의 연주를 마친 후 기억에 담아둔 청중은 11살짜리 소녀다.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1908~92)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 개의 시선’을 연주한 후 그는 이 꼬마 청중을 만났다.

“이 아이가 처음에는 ‘메시앙 싫다’면서 안 온다고 떼를 썼다는 거에요. 피아니스트인 부모가 아이들을 겨우 끌고 온 거죠.”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백건우는 “그런데 두 시간 넘는 연주에 아이가 꼼짝도 안 하고 집중한 후 ‘아름답다’고 감탄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달 30일 오후 2시 30분 예술의전당에서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 한국에 들렀다.

백건우는 꼬마 청중의 부모님까지 불러 식사를 함께 하면서 메시앙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메시앙의 음악은 흔히 난해하고 구조가 거대하다고들 하죠. 그런데 이 아이를 보면 메시앙의 음악적 언어가 아주 명확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는 얘기 거든요.”

‘아기 예수…’는 신에서 시작해 별, 성모, 십자가 등이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을 음악으로 묘사해 모은 곡이다. 종교와 자연을 그린 작품에 주력했던 메시앙 만의 독특한 리듬과 현대적인 화음 등이 펼쳐진다. 그는 “이 곡의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성모 마리아 상, 예수의 자는 모습 등의 음악적 묘사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 파리에서 생전에 만난 메시앙의 모습이 “꽃무늬 가득한 옷을 입은 재밌는 노인이었다”라며 웃었다.

23일과 내달 2일에는 각각 광주와 부산에서도 메시앙을 들려준다. 내년에는 차세대 피아니스트와 함께한다. 김선욱(20), 김태형(23), 김준희(18)와 함께 내년 5월 한 무대에 서는 것이다. 그는 “요즘 새로 등장하는 좋은 연주자들과 함께 공연하는 것을 몇년 전부터 구상해왔다”고 설명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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