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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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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예상대로 문근영이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6년간 8억5000만원을 기부해 온 익명의 연예인이 문근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부 천사’ 문근영의 여러 선행은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다. 오래 전 한 인터뷰에서 “부모님은 어린 제가 많은 돈을 버는 것을 걱정하신다. 그 돈을 함부로 쓸 수 없다고 하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의 선행은 최근 일부 연예인이 억대 도박에 연루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것과 대비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00년 TV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의 아역으로 데뷔한 문근영은 오랫동안 순수하고 반듯한 ‘국민 여동생’으로 사랑받아 왔다. 10대지만 이미 성숙한 몸의 다른 소녀 스타들과 달리 진짜 소녀 같은 외모에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라는 점, 빼어난 연기력이 보태져 무결점·무공해 소녀로 불렸다. 아이인지 성인인지 구분 안 되는 거리의 ‘무서운 10대들’에게 둘러싸인 성인들에게는 심리적 안도감마저 줬다. 최근에는 SBS ‘바람의 화원’에서 남장여자 신윤복을 연기하면서 ‘국민 남동생’이라는 호칭도 얻었다. 그녀 자신은 성인 연기에 도전하면서 ‘국민 동생’ 딱지를 떼고 싶어하지만, 대중은 아직도 그녀를 세상의 오염에서 떨어진 순수의 상징으로 묶어두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문근영이 익명의 기부자를 자처했던 뒤에는 한때 그녀의 선행과 관련해 “착한 척 말라”는 악플에 시달렸던 것도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부에 대해서는 악플은커녕 외조부가 유명 통일운동가였다는 가족 배경까지 거론하며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문근영의 선행은 단순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환기시켰다는 차원을 넘어 명사의 자선에 대한 일부 대중의 삐딱한 시선까지 덜어내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명사의 선행이란 명예욕이거나 자기 과시의 발로라며,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 말이다. 물론 그 뒤에는 힘있는 자들의 선의를 믿지 못하며, 착하기만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대중의 열패감이 숨어 있는 것이다.

명사의 선행은 가식이라는 삐딱한 도식을 날려버리며, 새삼 착한 마음의 힘을 믿게 한 문근영. 참으로 대단하고 사랑스러운 국민동생이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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