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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연기대상 집안잔치-시청률.캐스팅 경쟁 반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방송사의 연기대상이 뭔가 허전하다.
KBS.MBC.SBS의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이 연기자를 제대로 평가하는 자리라기보다.식구 대접(연기자 단속)'이 앞서는 집안잔치라는 지적이다.
시청자들이 나름대로 한햇동안의 드라마와 연기자 성적을 매겨보고 방송사의 시상 결과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엔 해가 갈수록 화려해지는 시상식 자체에 비해 수상자의 면면등 그 알맹이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먼저 올해 가장 영예로운 연기상인.연기대상'은 강부자(KBS.목욕탕집 남자들'),김혜수(MBC.짝'),박근형(SBS.형제의 강')등이 받았다.이들이 각 드라마에서 열연한 연기자임은 물론이다.그러나.연기대상'은 그야말로 올해 최고의 연기자를 꼽는 자리.이 점에서 시청자 중에는 이 세 연기자 모두가.대상'의 수상자로 수긍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최수종.김영애(KBS),백일섭.황신혜(MBC),이정길.이휘향(SBS)등 각사의 최우수 연기상 면면도 왠지 아쉽다.우수상도그렇다.KBS는 배용준.김영철.김희선.유호정등 네 연기자에게,MBC는 안재욱.우희진,SBS는 조민기.김남주에 게 우수연기상을 안겨줬다.우수상 수상자들은 모두 각 방송사가 기대를 걸고 있는 주연급 배우들.그러나.우수상'이란 타이틀이.신인상'이나.
인기상'과 혼동을 일으킨다.방송국 인심이 갈수록 후해지는지 인기상과 신인상 수상자들이 유난히 공동 수상자가 많은 것도 눈에띈다.수상자가 경력순에 따라 제일 큰 상에서부터 밑으로 가며 정해지는 것같은 인상도 준다.
갈수록 캐스팅 전쟁이 치열해지는 현실에서“우리 방송국 식구로점찍어두자”는 방송사측의 계산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연기대상'이 묵직한 타이틀에 비해 그 내용이 빈약한 이유는무엇일까.갈수록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시청률 경쟁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시청률을 의식해.가벼움'으로 무장한 드라마가 늘고 있는 현실에서 중견 탤런트들이 연륜으로 쌓아온 연기역량을 펼칠 자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각 방송사들이 내세우고 있는 드라마의 대부분이 삶의 명암을 진솔하게 그려낸 드라마라기보다.시청률에 공헌한'드라마에 가깝다.연기자의 프로 근성이 유감없이 발휘될 드라마가 준 만큼 시청자의 진심어린 박수를 받아낼 연기자도 만나기 어려 워지고 있는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일각에선.나눠먹기식 집안잔치'로 전락한방송3사의 연기대상 대신 한햇동안의 한국 TV드라마를 결산할.
한국 연기대상'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채널을 떠나 방송3사에서 가장 훌륭한 프로그램을 꼽고,뛰어난 연기자 를 뽑는 한국식 에미상(賞)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드라마 제작 편수가 세계 최대로 꼽히는.드라마 공화국'인 한국.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연기자와 시청자에게 자부심을 선사하는.진짜'드라마가 아닐까.드라마 연출자와 연기자가 자존심을걸고,시청자가 만족할만한 그런 연기대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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