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가뭄’ 제2금융·기업에도 돈 보따리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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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부와 한국은행이 돈 보따리를 또 풀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 이후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금융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1100선이 깨졌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시장에선 “시장 상황이 한·미 통화 스와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대책은 주로 기업과 제2 금융권에 맞춰져 있다. 지금까지 정부 지원이 은행권에 집중되면서 은행의 사정은 다소 좋아졌지만 제2 금융권과 기업의 ‘돈 가뭄’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기업, 제2 금융권에 돈 풀기=금융위원회는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연·기금, 산업은행, 시중은행, 보험사 등 그나마 여유가 있는 기관들은 모두 펀드 조성에 참여한다. 10년 만에 채권시장안정기금이 부활하는 셈이다. 채권시장안정기금은 1999년 대우그룹 사태로 부실해진 대우채권을 사주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30조원이 조성됐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펀드도 기금처럼 특정 자산운용사에 위탁돼 채권을 사들이게 된다. 금융위는 이달 중 구체적인 펀드 조성 방식과 운용 방향을 발표하고, 이르면 다음 달 중순께부터 채권 매입이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가 펀드까지 만들어 채권을 사들이기로 한 것은 그만큼 시중 자금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은행에 계속 돈을 풀었지만 12일 신성건설은 기업회생 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건설업계는 연쇄 부도 우려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 코가 석 자’인 은행이 블랙홀처럼 지원받은 돈을 삼키기만 하고 기업이나 제2금융권에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캐피털회사 등 제2 금융권의 채권을 우선적으로 매입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빈혈 환자에게 주사는 맞혔는데 아직 피가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며 “실핏줄에까지 피가 돌게 하기 위해 채권펀드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산업은행은 채권을 발행해 2조원을 펀드에 내기로 했지만 사줄 곳이 마땅찮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이나 보험사의 자금사정도 넉넉한 편이 아니다. 10조원의 자금이 순조롭게 모이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필요한 곳에 돈이 제때 투입될지도 미지수다. 전 위원장은 “연·기금 등 민간이 주로 돈을 대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있는 채권이 우선 매입 대상”이라고 말했다. 유망하더라도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의 채권은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채권시장에선 정부 발표 후 3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0.3%포인트 급등하는 등 채권값은 약세를 보였다. 아이투신운용 김형호 채권운용본부장은 “국고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상대적으로 회사채보다 각광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라며 “시장의 급매물 채권이 1조원어치에 불과해 10조원의 펀드는 채권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금융 추가 지원=한국은행이 100억 달러, 기획재정부가 60억 달러를 공급해 수출입금융에 애로를 겪는 기업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달러 가뭄’도 좀체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은행이 주범이다. 정부와 한은에서 달러를 지원받은 은행들은 자신들이 빌린 돈을 먼저 갚느라 돈을 풀지 않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중소기업의 수출환어음을 담보로 제공하는 은행에 수출환어음 규모에 해당하는 달러를 직접 대출해 주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는 100억 달러와는 별도”라며 "신규 외화유동성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기존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급하려던 200억 달러 중 60억 달러를 수출입금융 지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한국은행처럼 수출환어음을 사주는 것은 물론 수입업체가 원자재 등을 수입하는 데도 이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김준현·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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