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조사 전문가 70人이 내다본 97證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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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95년말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은 96년 종합주가지수 연중최고치로 낮게는 950에서 높게는 1,500으로 평균 1,200을 제시해 투자자들을 꿈에 부풀게 했으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96년5월7일 1,000의 문턱에서 좌절당한 종합지수의 운명은 날개잃은 추락 바로 그것이었다.888로 시작한 종합주가지수는 651로 폐장,27% 하락했다.한마디로.피를 말린'한해였다.투자자는 투자자대로,증권사는 증권사대로 녹초가 됐다.펀드매니저도 예외는 아니었다.97년은 소 의 해다.할일없이 누워 낮잠자는 누렁소일까,아니면 콧김을 몰아쉬는 성난 황소일까.그것이 궁금하다.도무지 그럴 것같지 않은 사람들조차.이러다가 남미꼴 나는 것 아니냐'하고 자문자답하는 요즘이다.올해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을 것 없다는 것은 이제.정설'이 돼버렸다.그런데도주가가 오를 수 있을까.이에 본사는 독자들의 올해 주식투자 설계에 도움이 되고자 증권계 종사자들에게 97년 주식시장을 전망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각 증권사 투자분석팀장 29명,지점장27명,자 문사.투신사의 운용역및 외국증권사 서울지점의 조사책임자 14명등 총 70명이 참가했다.
[편집자註]***시장여건***응답자 거의 대부분(96%)은 97년의 주식시장여건이 96년과 최소한 비슷하거나 나아질 것으로 보았다.그러나95년 설문조사 때와 비교해.크게 호전될 것'으로 보는 응답자의 수가 34%에서 7%로 감소해 움츠러든 심리를 엿볼 수있다.지점장들이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비관적인 편이었는데.크게 호전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지점장중 한 사람도없었던 반면.악화될 것'으로 본 응답자는 모두 지점장들이었다.
이들은 본사에서 제공하는 분석자료를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을 매일 접촉하는 관계로 미래를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최고지수*** 70명이 예측한 97년 종합주가지수 최고치평균은 913(96년 폐장지수 651 대비 40% 상승)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1%가 850에서 950까지 거의 균등하게 분포했다.가장 낙관적인 예상치는 1,200이었고 가장 비관적인 예상치는 750이었는데 가장 비관적인 전망은 지점장중에서 나왔다.
최고치 도달시기에 대해선 4분기가 압도적으로(73 %) 많았으나 3분기도 꽤(20%) 있었다.
***최저지수 응답자 대부분이 97년 최저지수는 650(42%) 또는 600(40%)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평균은 627.지점장들의 비관적인 전망은 여기에서도 나타나 투자분석팀장중가장 비관적인 수치는 600인데 비해 지점장중엔 550 또는 5 00을 점치는 이들도 있었다.하여튼 전체 응답자의 절반정도는 이미 내릴만큼 내렸다고 보는 반면 나머지 절반은 50포인트또는 최악의 경우 100포인트 이상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최저치에 도달할 시기에 대해선 최고치 전망과 정반대로 대부분 1분기(72%) 또는 2분기(21%)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최고.최저치 응답을 단순 평균하면 770으로 96년말대비 18% 상승한 수준이 된다.참고로 95년말의 96년 예상평균은 1,031이었는데 연중 이 수준을 돌파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주요好材 97년 주가를 견인할 요인으로는 .경기가 바닥에 이를 것'이라는 의견이 1위(43%)로 떠올랐다.주가 절대 저평가(26%),풍부한 유동성(18%),대통령선거(9%)가 그 뒤를 이었다.그러나 외국인 한도의 추가 확대나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입이 주가에 도움될 것으로 보는 응답자는 소수였다.지난 10월의 4차 한도확대가 주가상승으로 연결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총한도가 20%에 이른만큼 개방초기와 같은 주가부양효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졌다고 믿는 응답자수가 많은 것은 다소 의외다.증권사 사장단이 매수우위 결의를 하고 연기금으로 하여금주식을 사게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말하면서 주식을 사지 않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한편 투자분석팀장들은.풍부한 유동성'을 올해 주가를 견인할 두번째 중요한 이유로 꼽은 반면 지점장들은 주가 저평가를 두번째로 내세운 것도 흥미로운 대비다.
***주요惡材 주가상승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기침체(29%)와 국제수지 악화(27%)인 것으로 나타났다.정국불안(13%).공기업민영화(8%).노사갈등(8%).환율급등(7%)도 우려대상이었다..정국불안'은 대선 후보선출등 투표일까지 난제들을 앞두고 있는만큼 이유있는 우려로 보여진다.공기업 민영화는 이로 인한 공급물량 확대가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또 노사갈등은 노동관계법의 통과로 한차례 홍역을 치러야 할 것으로 내다보는 듯하다.환율급등은 한편으로 기업의 환차손을증가시키고,다른 한편으론 외국인투자를 막는 요인이 될 것이다.
물가나 대북관계를 악재로 여기는 응답자는 없었다.
여기서 호재와 악재를 요약해 보면 경기는 불투명한 상태가 지속되는 한 악재지만 일단 바닥이 언제쯤일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면 오히려 호재로 바뀔 것이다.대선은 한편으로 정국을 불안케 하는 요인이 되지만 혹 정부가 선거를 의식,단기에 가시화할 수있는 경기대책이나 주가부양책을 내놓지 않을까 하는.전통적인'투자마인드로 볼때 플러스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망업종 96년중 연초대비 지수가 상승한 업종은 광업.
음료.제약 셋뿐이었다.97년엔 어떻게 될까.응답자들은 97년의유망업종으로 금융.건설.전기전자.정보통신.제약등을 들었다.금융업에서는 은행을 유망할 것으로 보았는데 국민은행의 인기가 상대적 으로 높은 편이었다.최근 영국의.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한대로국내은행들의 부실채권과 유가증권 평가손을 고려한다면 은행주는 적극적인 매수대상이 아니다.다만 액면가 근처 또는 그 이하로 떨어졌다는 점과.금융산업 개편'이라는 해묵은 재료가 잠복해 있는만큼 투자자들의 관심대상이 되는 듯하다.
통신기기를 포함,정보통신은 국내 대기업들이 하나같이 대규모 투자를 집중해온 분야다.건설은 고속철도.항만.공항등 인프라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일까.정부가 선거를 의식한 경기부양책을 쓴다면 첫번째 대상은 토목건설이 아니면 건축 제한 완화일것이라는 예상도 해볼 수 있다.
그외 전문가들이 들먹인 업종은 화섬과 식음료.요컨대 제조업의본격적인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비교적 안전한 내수업종을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요테마 테마는 업종과 달리 투자자들이 솔깃해 할.이야깃거리'를 말한다.때로는 정보통신처럼 업종 그 자체로 훌륭한 테마가 될 수 있는가 하면 기업매수.합병(M&A)은 어느 한 업종에 국한될 성격의 테마가 아니다.대부분 응답자들은 96년에불 기 시작한 M&A 바람이 97년에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그외 정보통신.환경관련.저가대형.자산주도 한몫할 것으로점쳤다.이중 자산주는 어떤 의미에서 M&A와 통한다.블루칩에 관심을 보인 응답자는 거의 없었다.
***유망종목 유망종목 고르기는 증권분석의 종착역이기 때문에전문가도 망설이는 단계다.경제.시장.업종분석을 아무리 잘한들 여기에서 실패하면 변명이 소용없기 때문이다.70명의 응답자가 총 1백60개(각자 3개까지 추천)주식을 추천했고 이중 두사람이상의 중복추천을 받은 종목은 불과 22개.그만큼 의견이 다양하다는 뜻이다.결국 종목고르기는.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굳이 빈도수가 높은 몇 종목을 고른다면 금융에선 국민은행,건설은 현대건설.동아건설,전기전자는 삼성전자,정보통신에는 이동통신.흥창물산.LG정보통신,그리고 제약에서는 대웅제약을 꼽을 수있다.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의견이 워낙 분분하 기 때문에 한두 종목에 집중하기보다는 적절한 분산전략이 더 유효할 것이다.
***개선과제 주식시장 발전을 위해 새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는 어떤 것일까.예상한대로 응답자들의 일차적인 관심은 시장내부의 수급불균형에 있었다.한국통신등 정부의 물량세례가 주가의반등시도를 번번이 무산시켰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공급물량의억제'에서.기관투자가의 역할 제고'.일반인의 투자수요 확대'까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뤘다.다음으로 증시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증시에 대한 투명하고 일관성있는 정책을 펴라는 주문이 줄을 이었다.내부자거래. 불성실공시가없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강했다.기타 시장외적인 사회.정치현실의어지러움,상장기업들의 낮은 배당수준등도 해결돼야할 문제로 지적됐다. ***종합 97년 주식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조심스런 낙관'이다.선거는 아직 정체를 파악할수 없는 괴물처럼 느껴지고 국제수지 적자가 과연 개선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다.이런 불안감이 유망업종.종목을 선택하는데 수출중심의 제조업을 피하는 형태로 나타났다.상반기중 지난해보다 더 험한 꼴을 각오해야 할지 모르지만 연말이 가까워지면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회복과 함께 주가는 상승가도로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응답자들은 주가가 과도하게 추락한 책임의 상당부분이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장기투자 유인책을 개발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높일 일관성있는 정책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 아 보인다.
그러자면 소액주주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져야 한다.정부는 경제활성화의 파트너로,기업은 동업자로 소액주주를 .대접'할때 진정한저변확대가 가능할 것같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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