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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장춘식당 주인 정월 초하루.명절마다 음식 무료제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제주시연동 장춘식당에는.보살'이 산다.
해마다 정월 초하루나 명절 때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에게 음식을 공짜로 내놓는 이 식당주인 김이순(金二順.50.여)씨의 별명이다.金씨의 정월 초하루는 여느 식당주인과는 좀 다르다.전.의경들로 이 식당은 이른 새벽부터 초만원 .올해 첫날인 1일도 이 식당을 찾은 전.의경은 4백70여명이나 된다.모두 다 고향을 등지고 객지생활을 하는 청년들.다른 날은 몰라도새해 첫날만큼은 떡국을 먹어보고 싶어 찾아온 그들이다.
물론 이들이 맛있게 비운 떡국값은 무료다.金씨의 무료봉사는 벌써 11년째다.86년 설날부터 찾아오는 손님에게 떡국과 음식을 아무 대가없이 내놓아 왔다.
십수년전 정월 초하루 식당을 찾은 타지 출신 의경이“새해 첫날 떡국을 먹지 못하는 전.의경이 많다”는 탄식에 시작한 일이다.건축업을 하는 남편(50)도.잘한다'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타향살이 하며 새해 첫날부터 떡국도 못먹어 본다니 말이 돼요.고생하는 사람들인데….” 추석때가 되면 이 식당의 주고객은군인들로 바뀐다.제주 방어사령부에 근무하는 해군.해병에게 이날제공하는 모든 음식도 무료.
해오던 일이란 책임감 때문인지 金씨는 90년말 서울 백병원에탈장증세로 수술을 받고 입원중인데도 급히 내려와 연초 손님을 맞은뒤 다시 입원하기도 했다.
그래선지 해마다 이 식당을 찾는 전.의경들에게 金씨는 타향의어머니다.제대하고 나서도 소식이 끊기지 않아 강원도.경상도에도,서울에도 아들이 사는 셈.
해마다 이 식당을 찾았던 의경이 증권회사에 취직,93년 6월세살배기 아들을 안고 아내와 함께 찾아와 金씨는 손자를 본 기분이었다.
지난해 타지에 사는 아들들이 보내온 연하장.카드만도 1백여통. 음식 장만을 위해 쌀 1가마,돼지 2마리정도는 기본이니 들어가는 돈도 수월치 않다.하지만 金씨는 새해 이 식당을 찾아오는 전.의경 모두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는 하나뿐인 아들(24)과 똑같은 식구인데.무슨 돈 얘기냐'며 오히려 화를 낸다.
“돈이 많아 베푸는게 아닙니다.1년에 한두차례지만 아들같은 청년들에게 음식을 해먹이는게 그저 기쁘기 때문이지요.” 넓지 않은 35평짜리 식당을 운영하는 金씨의 세상살기는 한파가 몰아친 정초를 훈훈하게 한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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