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문 닫나” 속타는 입주 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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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삐라’ 살포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이런 극한 상황까지 온 겁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13일 김하중 통일부 장관을 만나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겁니다.” 북한군이 다음 달 1일부터 육로 통행을 차단할 방침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정부를 원망하고 나섰다. 이들은 북한군의 발표가 단순한 엄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육로 통행 금지 조치로 이어질 경우 개성공단 내 사업이 사실상 중단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개성공단의 한 입주기업 대표는 “모든 재산을 개성공단에 다걸기(올인)했다”며 “북한군이 육로 통행을 차단하면 우린 다 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에는 현재 84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남측 근로자 1400명이 있다. 북한이 공단 폐쇄 등 극단적인 조치를 하면 입주 기업들은 보험 약정에 따라 설비투자 중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다.

개성공단협의회 이임동 부장은 “북한 출입이 봉쇄되면 남한 내 수백 개 협력업체 직원들의 실직 사태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입주기업의 도산은 물론 입주기업당 남한 내 10~200개 정도 되는 협력업체들의 피해로 직원들의 실직 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란 설명이다.

북한군의 남한 여성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4개월 넘게 중단된 데 이어 개성관광까지 중단 위기에 몰리자 사업자인 현대아산은 허탈해했다.

현대아산은 18일 금강산 관광 10주년을 기념해 조건식 사장이 직접 나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발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북한군의 강경 입장이 발표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는커녕 개성관광마저 중단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현대아산 측은 “북한군이나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으로부터 아직 통행 금지 관련 연락을 받은 것은 없다”며 “개성관광이 중단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개성관광은 누적관광객이 10만 명을 넘어섰고 다음 달 예약자도 5000명에 이른다. 현재 개성에 관리직 7명과 안내요원 30명이 상주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12일 196명의 관광객을 개성으로 출발시킨 데 이어 13일에도 250명의 관광객을 개성으로 보낸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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