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 청소년 회견 "경찰, 회식때 옷 벗으라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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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지방경찰의 한 지구대 회식 자리에 불려 갔어요. 정복을 입은 경찰 아저씨가 술을 따르고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어요. 그런 경찰에게 어떻게 신고할 엄두가 나겠어요."(A양.18세)

청소년보호위원회는 17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회의실에서 성매매 피해 10대 청소년 6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티켓다방의 실상과 업주 및 경찰의 유착관계를 폭로하기 위한 자리였다.

A양은 할머니와 생활보조금으로 생활하다 2002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가출한 뒤 '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지방 도시의 한 '티켓다방'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돈은커녕 10분 지각에 3만원, 결근비 30만원씩을 물어내면서 빚은 1년 만에 1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이 다방 저 다방으로 팔려 다니다 올해 초 청소년보호위원회에 긴급전화(1388)를 걸어 다방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B양(18)은 경찰조사 과정에서 당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B양은 "티켓다방 업주를 신고하러 경찰서에 갔더니 형사 아저씨가 그러더군요. 왜 별것 아닌 일 가지고 신고해 피곤하게 만드냐고요."

또 다른 티켓다방에 일했던 C양(17)은 "단속이 나오면 가게는 언니들이 지켜요. 미성년자들은 단속이 끝날 때까지 차 안에서 기다리죠. 단속 전에 경찰이 업주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날린다는 말도 들었어요"라고 증언했다.

지원센터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윤락업소에서 구조한 성매매 피해 청소년은 모두 65명. 이 중 54명(83%)이 티켓다방에서 구조됐다.

김영란 지원센터 소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청소년들이 차를 배달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아직 많은 청소년이 티켓다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센터 측은 일자리 찾아주기 운동본부를 오는 7월 중 발족해 성매매 피해 청소년의 자립.자활을 돕기로 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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