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툭하면 터지는 예능계 입시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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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예술고의 2009학년도 신입생 선발 실기시험에서 지원자들을 개인 지도했던 강사가 심사위원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강사는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후에도 개인 지도를 계속했고, 다른 강사는 모 중학교에 등록된 레슨강사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두 강사가 매긴 점수를 빼고 채점해 합격자를 선발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어제 서울시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했다고 하나,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입시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말았다.

예술계 특목고인 서울예고는 전국의 예술가 지망 꿈나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서울대 합격자만 보아도 2008학년도에 87명, 지난 10년 동안 총 935명을 배출해 부동의 전국 1위로 꼽히고 있다. 이런 학교의 입시 관리가 이토록 허술하다니 어이없다. 교육청은 점수조작·금품수수 등 더 심한 잘못이나 비리가 없는지 밝혀내야 한다.

유독 예술계가 입시철만 되면 갖가지 비리·의혹에 휘말리니 안타깝다. 올해 초 서울국악예술고는 일부 지원자의 실기 점수가 바뀌어 당락이 엇갈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압수수색까지 받은 후 교장이 사임했다. 홍익대 미대 교수들은 미술학원에서 입시생들의 작품을 평가해주고 강사료를 챙기다 걸려들었다. 지난해엔 동덕여대 무용과 교수가 실기 점수를 조작해 몇몇 수험생을 부정 합격시켰다가 들통났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은 교원의 과외교습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현직 교사나 교수가 불법 레슨과외를 하는 사례가 아직 완전히 근절되지 않았다고 한다.

예능계 실기시험은 일반 지필고사와 달라서 누가 연주하고 그렸는지 알아차리기 쉽다. 그만큼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소지가 많다. 입시 비리가 계속되면 학교 자율화 확대 조치도 점점 멀어질 것이다. 해결책은 철저한 입시 관리와 당사자들의 도덕성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수험생과 심사위원 사이에 장막을 친들 무슨 소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