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확산 관련 근로자 달래기에 나선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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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7일 긴급회장단회의를 통해 파업 근로자의자제를 호소하는 한편 노동계 달래기에 나선 것은 노동법 개정안통과에 따른 부작용을 최대한 줄여야한다는 고심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재계가 국회에서 통과된 노동법 개정안에서 복수노조 3년 유예등 충분하지는 않지만 재계 의견을 반영시킨 이상 노동계가 우려하고 있는 정리해고제.변형근로제의 운용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약속으로 노동계를 달래는 것이다.
즉 정리해고라는.칼'은 가지고 있지만 이의 사용은 극히 자제하는 한편 변형근로제 실시로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이 감소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약속이다.
조남홍(趙南弘)경총 상임부회장은 이에 대해“앞으로 경영계에서자율적으로 무분별한 정리해고제 남발을 감시해 나가는 한편 변형근로제 도입으로 삭감될 수 있는 시간외 수당등을 보충해주는 방안을 강구,근로자들이 받고있는 기존 급여수준이 떨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총은 이와 함께 앞으로 인력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열린 경영을 통해 노사간의 신뢰구축에 솔선수범,근로자의 직장생활의 보람을 높이는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경총은 이에 따라 이날 회장단회의에서 일단 파업사태를 가라앉히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종전의 강경대응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서.부드러운'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경총이 직장이탈 근로자 징계와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고 대체인력 투입,직 장폐쇄등 일련의 대응 지침에서 강한 톤을 유지했던 지금까지의 입장과는 달리 파업자제를 호소하는 쪽으로 입장변화를 보인 것이다.
경총은 총파업에 강경대응할 경우 자칫.불구덩이에 기름붓기'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추이를 지켜보면서 개별 사업장별로 근로자 설득작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경총은 앞으로 병원.지하철등 민생과 밀접한 분야까지 파업이 확산될 경우 여론의 향배가 사태 진행여부에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국민들을 대상으로.경제위기론'를 강조하며 노동법 개정의 필요성을주지시켜 나갈 방침이다.
재계는 노동법 개정안 처리이후 주말과 신정연휴가 이어지는등 노동계가 근로자의 힘을 결집하는데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정면대응하기보다 관망하는 쪽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재계는 파업을 마냥 지켜보기만 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내년초까지 파업이 장기화하고 급속도로 확산될 경우 지난 6일 30대그룹 인사노무담당 임원회의에서 마련한.노동계 총파업 대응지침'에 따라 파업당사자 고발.대체인력 투입.직장폐쇄등 강력대응도 불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 다.
그러나 OECD 가입후 처음으로 발생한 노사분규를 대화와 타협대신 강제해산등 후진적인 방법으로 타결할 경우 국제적인 비난이 우려된다는 점도 재계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어 향후 추이가더욱 주목되고 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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