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들 대상 '건강한 사회 만들기' 글짓기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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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왜 하필 고아원이야.냄새도 나고 이상한데….' 교외봉사활동으로 고아원을 처음 찾았을때 박재범(목포고2)군은 마지못해 끌려가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만남만으로도 손뼉치고 좋아하는 해맑은 눈동자를 마주 대하면서,또 일본인들의 관심으로 운영된다는 설명을 듣고 한없는부끄러움을 느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그저 동정심만 보였을 뿐 그들을 위해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우리의 무관심이 이들을 더욱 외롭게 한것 아닐까.바지에 난 구멍 뿐만 아니라 이들의 마음속 어딘가에있을 상처까지 꿰매줘야지….' 최근 감사원이 전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건강한 사회 만들기'주제의 글짓기대회에 비친글들이 메마른 어른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이들 어린 학생이 제시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은 어른들의 구호처럼 거창한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관심.신뢰.양보.질서지키기 등이었다.
이슬(신현초등5)양은 지구를 살피러 온 저승사자의 경험을 상상하며 환경공해를 걱정했다.
.이렇게 깨끗한 농촌에 더러운 강이 있다니.어리석은 인간들,자기들이 먹어야 할 물인줄도 모르나.도시의 땅바닥은 온통 껌과담배꽁초로군.행복이 없는 이곳을 떠나야겠다.' 최수명(동해 삼육초등6)군은 같은 아파트 301호에 사는 할머니처럼 살겠다고다짐했다..할머니는 현관 바로 앞에 주차구역이 있어도 위층 사람들이 힘들다며 일부러 차를 멀리 주차하신다.물사정이 좋지 않아 급수차가 올때는 일부러 맨뒤 에 서서 기다리신다….' 안보영(천안 선정초등6)양은.친구들과 새끼손가락 걸어 맺은 약속을지키는 일,예쁜 단풍나무가 말라죽지 않도록 물주는 일이 건강한사회를 만드는 일'이라고 쓰고 있다.

<이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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