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 해결위한 물밑 흥정 활발-페루 인질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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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페루 일본대사관저 인질사태는 페루정부와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게릴라들간의 지속적이고 활발한 물밑협상을 통해 평화해결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같다.
이같은 징후는 어제 오늘 사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우선 게릴라들은 24일 인질로 억류중이던 우루과이대사를 풀어줬다.게릴라들과 우루과이 정부사이에.흥정'이 이뤄진 것이다.여기에는 페루정부가 중개했을 가능성이 짙다.
페루정부는 특히 게릴라들이 22일 2백25명의 인질을 무조건석방하기 직전 1백32명의 수감자들을 크리스마스 대사면 형식으로 감옥에서 풀어줬다.
이때 테러범들만 수감하는 루리간초 형무소에서도 수명이 풀려났는데 이 가운데 MRTA 동료게릴라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추정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해결의 조짐은 페루정부가 24일 게릴라 투항대책기구인.보증위원회'대표들을 정식 인선한 것이다.
이들은 정부대표 도밍고 팔레르모 교육부장관,미하엘 미니히 국제적십자 페루대표,호르헤 산티스테반 페루인권위원장과 가톨릭 교회대표,국회대표 각 1명씩이다.
보증위의 주요 임무는 게릴라들이 인질을 모두 풀어줄 경우 이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고 망명지를 주선하는 것으로 돼있다.보증위는 사실상 페루정부와 게릴라들간 협상창구인 셈이다.
페루정부는 그러나 국내외 여론을 의식,게릴라들이 무조건.투항'해야만 보증위가 가동될 수 있다고 전제를 달았다.
한편 페루국회에서는 이날 게릴라들의 쿠바망명설이 거론됐다.
쿠바망명설은 게릴라들이 쿠바식 혁명정부 수립을 꾀하고 있으며쿠바정부도 게릴라들의 망명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설득력 있게 퍼지고 있다.과테말라등 다른 남미국가와 스위스.덴마크도 망명처로 거명되고 있다.
현지에서는 게릴라들이 망명하더라도 남은 1백39명의 인질을 볼모로 페루정부로부터는 구속된 동료들의 최대한 석방,일본으로부터는 최대한의 몸값,다른 외국으로부터는 페루.일본측에 최대한의압력행사라는 대가를 얻어낸 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페루정부와 게릴라들간 협상과정에서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인해 해를 넘겨서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까지의 사태 진척으로 본다면 협상의 주도권은 게릴라측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마=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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