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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에덴의 동쪽’서 카멜레온 연기 펼치는 한지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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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명훈은 동욱의 아버지를 죽게 한 태성건설 회장 태환(조민기)의 아들. 연인과 헤어지고 연인의 ‘원수’가문으로 들어간 지현은 냉철하고 야무진 사업가로 변신한다. 동욱 어머니(이미숙)의 냉대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운명에 하염없이 눈물바람을 하던 드라마 초반만 해도 지현을 호감 캐릭터라고 보긴 곤란했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전 이제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저주받은 인생이 돼 버렸어요”라고 말하는 그에게 시청자들은 “너무 답답하다” “웬 일제시대 신파극이냐”는 반응이었다. 그러던 ‘신파지현’이 요즘은 달라졌다. 남편과 시아버지를 쥐락펴락 하는 카리스마가 같은 인물이 맞나 싶기도 하다.

지현에 대해 “양파 껍질처럼 벗기면 벗길수록 뭔가 다른 면을 보여주는 매력만점 캐릭터”라는 한지혜(24·사진). “‘에덴의 동쪽’을 하면서 사랑을 배우고 삶을 배웠다”고 말할 만큼 이 드라마는 연기 5년 경력에 간단치 않은 흔적을 남겨줄 작품이다. 정작 출연을 제의받았을 때 안 하겠다고 한참을 도망다녔다는 뒷얘기가 흥미롭다. 시청률 1위를 달렸던 KBS 일일극 ‘미우나 고우나’의 후유증이 컸던 탓이다.


“‘미우나 고우나’로 중·장년 시청자들까지 제 이름을 알게 됐어요. 참 고마운 드라마였지만, 사실 저는 괴롭고 힘들었어요.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작품에서 발가벗겨진 느낌이라고 할까. 연기자로서, 인간으로서 제 모습에 대해 총체적으로 고민이 많던 시기였죠. 드라마 끝날 즈음에 ‘에덴의 동쪽’ 제안을 받았어요. 못 하겠다고 했는데, 받아놓은 대본을 읽어나보자 싶어 밤 11시부터 읽기 시작했죠. 그런데 8회치 대본을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읽어버린 거예요. 그만큼 몰입이 된 거죠.”

다음 날 대본 연습에 나갔다. 여전히 마음은 반반이었다. 그런데 그만 지현의 대사를 읽다 자신도 모르게 펑펑 울어버렸다. 동욱에게 “나는 네 마음 속 등불이 되는 것보다 가까이에서 너를 보고 만지고 싶다”고 말하는 애절한 내용이었다. 김진만 PD와 나연숙 작가는 “넌 딱 지현이다. 너밖에 없다”고 설득했다. 절반 정도를 찍고 난 지금은? “도저히 안 할 수가 없었던 운명의 드라마였죠.”

굴곡이 심하다 보니 비약으로까지 비쳐질 수 있는 지현의 인생을 한지혜는 이렇게 이해한다. “지현이가 부모 없이 자라 늘 단란한 가정의 행복에 목말라 있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처럼 심한 비약은 아니라고 봐요. 드라마 후반으로 가면 명훈과 동욱이 사실은 어려서 바꿔치기 됐다는 사실이 밝혀져요. 옛사랑 동욱과 다시 맺어질 기회가 오지만 지현은 그냥 명훈과 아이를 선택해요. ”

‘에덴의 동쪽’은 그에게 연기 스승들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다. “박근형 선생님은 ‘대본 안에 답이 있다. 대본 100번씩 읽어라’고 하세요. 예스러운 말투에 은유법이 많이 섞인 대사를 젊은 배우들이 잘 소화를 못 하면 바로 ‘한국말을 해야지’라는 불호령이 떨어지죠. 조민기 선배님은 등장인물마다 개인사를 어찌나 잘 설명해주시는지 몰라요. 이미숙 선생님이요? 연기가 좀 아니다 싶은 후배가 있으면 녹화 후에 당장 불러다 혼내세요. 진짜 무서워요(웃음).”

글=기선민,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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