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식후 고혈당 얕보다간 큰코다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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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당뇨병 환자가 공복 혈당만 중시하고 식후 혈당을 가벼이 여겼다간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식후 고혈당’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손호영 교수는 “공복 혈당이 정상이더라도 식후 혈당이 높으면 뇌졸중·심장병(심근경색·협심증)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손 교수는 세계적인 의학전문지‘랜싯’에 발표된 연구논문을 인용해 “유럽인 2만5364명을 대상으로 7.3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공복 혈당이 정상이어도 식후 혈당이 높으면 환자의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면 산화 스트레스(유해산소)가 증가하고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이 약해져 영양 공급·노폐물 제거 등 혈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러면 미세혈관 합병증(망막증·신장질환)보다는 동맥경화·심근경색·협심증·뇌졸중 등 거대혈관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

당뇨병의 진단과 관리 모두 중요한 것이 식후 혈당이다. 8시간 이상 금식한 뒤 잰 공복 혈당이 126 이상이거나, 50% 포도당액을 마시고 2시간 뒤에 측정한 식후 혈당이 200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당뇨병으로 새로 진단되는 환자의 60∼70%는 공복 혈당과 식후 혈당이 모두 기준치 이상이다. 그러나 나머지 30∼40%는 두 혈당 수치 중 하나만 기준치를 초과한다. 특히 노인의 경우 공복 혈당은 정상 범위에 있지만 식후 혈당이 비정상인 사례가 많다. 당뇨병 진단 시 반드시 공복·식후 혈당을 함께 측정해야 하는 것은 이래서다.

당뇨병 환자는 공복·식후 혈당과 더불어 당화혈색소까지 신경 써야 한다.

이 중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당화혈색소다. 당화혈색소는 혈당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한 비율로 최근 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반영한다.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송기호 교수는 “당화혈색소가 6.5 이하이면 혈당이 잘 관리되고 있다는 뜻”이며 “당화혈색소가 6.5∼7.3이면 식후 혈당, 7.3 이상이면 공복 혈당의 영향을 주로 받는다”고 설명했다. 식후 혈당을 미국당뇨병학회는 180 이하로, 세계당뇨병학회(IDF)는 100~140의 범위 내로 유지할 것을 권한다. 국내 의사는 대개 IDF 기준을 따른다. 식후 혈당을 낮추는 데도 운동과 식사요법이 효과적이다. 식후 혈당만을 겨냥한 약도 나왔다. 국내에선 ‘글루패스트’(중외제약)·‘파스틱’(일동제약)·‘노보넘’(노보노디스크제약) 등 3종이 시판 중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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