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별 셋 식당 이젠 굿바이” 시골로 향하는 ‘요리왕’ 뢸랭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주 프랑스 식탁에서 최고의 화제에 오른 인물은 요리사 올리비에 뢸랭제(53·사진)였다. 뢸랭제는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최고인 별 셋을 받은 자신의 식당 ‘매종 드 브리쿠르’의 문을 닫고, 대신 시골에 간이음식점을 열겠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식당·호텔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셋을 받은 음식점은 2008년 프랑스에 26곳뿐이다. 세계적으로도 50개 정도다. 별 셋을 받으면 손님이 몰려들어 명예와 돈이 함께 보장된다. 수십만원씩 하는 요리도 한 달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식당 주인이자 수석주방장인 뢸랭제는 1982년 요리를 시작해 84년 처음 별을 받았다. 88년에 두 개로 올라갔으며, 2년 전 드디어 별 셋을 얻어 올해까지 3년째 지키고 있다.

뢸랭제는 일간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26년을 요리사로 일해왔다. 이제는 하루 두 끼를 준비하는 데 체력이 달린다. 그래서 그만 두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와 함께 일하는 요리사들도 매우 뛰어난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내 이름을 건 요리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는 안 될 일 같다”라고 설명했다.

최고의 식당 중에서도 일부는 수석 주방장의 매뉴얼에 따라 다른 요리사들이 조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요리사의 자존심상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결정이 결코 별 셋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세기 최고의 요리사’로 불렸던 조엘 로뷰숑을 비롯한 몇몇 요리사는 별을 잃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스스로 별을 포기하는 길을 택했다. 별 세 개에서 두 개로 떨어진 한 식당의 수석 주방장이 스트레스로 세상을 등진 일도 있었다.

뢸랭제는 “매종 드 브리쿠르의 문을 닫는 것은 내 요리 인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20여 년 전 요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시골의 조그만 간이음식점에서 처와 조용히 요리 인생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15일 식당의 문을 닫고 두 달쯤 쉰 뒤 2009년 2월께 간이 음식점을 개업할 예정이다.

그의 결정에 미슐랭사의 장 뤽 나레 사장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상의 자리에서 퇴장하는 그의 큰 결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밝혔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매종 드 브리쿠르=프랑스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의 해안도시 생말로 인근에 있다. 2008년판 미슐랭 가이드에 따르면 손님 45명을 받을 수 있는 중대형 규모다. 바닷가재와 농어 등 해물요리가 유명하다. 1인분에 점심코스 요리가 100유로(약17만원), 저녁은 170유로선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