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짚기>논술산업 눈덩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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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대학입학시험에 논술이 처음 도입된 것은 85년.단순 주입식 교육에 짓눌려 신음하는 학생들에게 종합.분석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장(場)을 열어주자는 취지에서다.그러나 이 제도 도입으로.반짝 성세'를 누리던 논술특수는 전형방식의 변화 로 단 2년만에 조용히 헌 책방속으로 퇴장했다.그로부터 10년 가까이 흐른 96년.새롭게 부활한 소위.논술산업'은 정확한 규모조차 가늠키 어려운 수백억원대의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현재 서점가에.논술'이란 명패를 달고 있는 책은 2백80여종.이중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책만 40여종이다.이는 지난해에비해 20%가량 늘어난 수치다.정확한 판매부수는 합산키 어렵지만 교보.종로서적의 판매고를 기준으로 본다면 대 략 2백50만부라는 계산이 나온다.실제로 베스트셀러 1위부터 10위까지 적어도 다섯 계단은 이들.논술군단'에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입장이다. 거기에다 최근에는 컴퓨터 세대를 겨냥한 CD롬.디스켓류를 비롯,비디오테이프.TV강좌물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원한다면 PC통신과 인터넷에서도 손쉽게 유명강사의 논술강의를 접할 수 있다.방법도 매우 간단하다.과제물을 다운받아 문제를 푼 뒤전자메일로 보내면 1대1의 친절한 논술지도를 받을 수 있다.첨삭지도 비용은 건당 5천원 정도다.한편 전국 1천6백여개 입시전문학원들도 수능시험이 끝나면 곧바로.논술비상'체제에 돌입한다.서로 베테랑 논술강사를 모셔가느라 전쟁 을 방불케 하는 유치작전이 벌어지기도 한다.일부 학원에서는.논술특강반'을 만들어 법정수강료를 훨씬 넘는 30만~50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특별지도를 하고 있다.그래도 놀라운 것은 언제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점이다.
또 이맘때쯤이면 점쟁이같이 용한.족집게'논술강사를 찾아다니는애타는 부모들의 행렬이 이어진다.1인당 1백50만~2백만원에 이뤄지는 이.족집게 과외'덕택에 논술선생들은 12월 한 대목에만 수천만원의 고소득자로 탈바꿈한다.강사들은“예 전에 명문대 논술시험 채점에 참여했다”거나“올해 채점위원에 뽑힌 교수의 수제자”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주가를 높이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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