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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리허설은 피나는 연습의 피날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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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호 10면

세계에서 손꼽는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공연 날짜 3년 전부터 계획을 세운다. 기량이 뛰어난 가수와 지휘자를 미리 확보해 두기 위해서다. 연습은 개막 몇 달 전에 시작한다. 시연회인 리허설은 Probe(독일어), Prova(이탈리아어), Repetition(프랑스어)이라고 한다.

이장직음악전문기자의 무대이야기

주역 가수들은 각자 집에서 자기가 부를 파트를 익힌 다음 피아노가 딸린 작은 연습실에서 지휘자 또는 연습 코치(피아니스트)와 훈련한다. 발성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음악적 부분을 보충한다. 유명 성악가 가운데는 목소리는 좋지만 악보도 제대로 못 보고 음감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휘자, 연습 코치, 주역 가수들은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줄줄 외다시피 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음악을 익히고 나면 연습 장소를 스튜디오로 옮긴다. 실제 무대처럼 높고 널찍한 공간이다. 탁자 앞에는 연출자·무대감독·지휘자가 앉아 있다. 경사진 바닥이나 탁자·의자 등 무대 장치, 술잔·호롱불·총·칼·창 등 소품 일부를 갖다 놓고 연기 연습에 들어간다. 총을 쏠 때는 공포탄을 사용한다.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제3막에 나오는 산탄젤로 성벽 같은 무대 세트는 바닥에 컬러 테이프로 표시해 동선(블로킹)을 익힌다. 지휘자(또는 부지휘자)가 음악을 이끌어 가고 피아노 반주로 노래를 부르지만 주목적은 연기 연습이다. 가수들은 목소리를 아끼기 위해 노래를 한 옥타브 낮춰 부르기도 한다.

연기 연습에서는 작품 속에 숨겨진 속뜻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가령 ‘토스카’ 제2막에서 여주인공 토스카가 식탁에서 나이프를 집어들 때 “오렌지를 잘라 먹어야겠군” 하는 게 아니라 “아! 여기 칼이 있군. 악독한 스카르피아의 심장을 찔러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생각이 달라지면 연기도, 표정도 달라진다.

무대로 연습 장소를 옮기고 나면 무대 기술이나 조명을 위한 연습에 들어간다. 무대로 드나드는 지점을 몸으로 익히고 출입문도 제대로 열리고 닫히는지 확인한다. 무대 양 옆은 어두운 데다 무대 세트, 소품, 무대 스태프, 합창단, 전선 등으로 매우 어수선하고 복잡하다. 이때까지 음악은 피아노 반주를 사용한다.

무대 연습 때 지휘자가 연습을 중단시키려면 확실한 음악적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연출자가 무대로 뛰어 올라가 출연자의 위치를 수정해 주기도 하지만, 지휘자의 연습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무대장치·의상·조명까지 가세한 총연습을 가리켜 드레스 리허설이라고 한다. 실제 공연과 다름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중단 없이 진행한다. 몇 달에 걸친 연습의 피날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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