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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Review] 오바마 ‘그’를 알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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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나는 오랫동안 무덤 앞에 앉아서 울었다. 얼마나 울었던지 눈물마저 말라버렸다. 그제야 정적이 나를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에서 보낸 삶을 돌아보았다. 흑인으로서의 삶, 백인으로서의 삶, 소년 시절의 자포자기적인 절망, 시카고에서 목격했던 분노와 희망…. 이 모든 것들은 내 이름이나 피부색을 훌쩍 뛰어넘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따뜻한 심성과 섬세한 감수성, 치밀한 필력…. 버락 오바마가 ‘말과 글로서 진심을 전할 줄 아는 유일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에는 그가 직접 쓴 두 권의 책이 큰 역할을 했다. 오바마에 관한 책들은 서점에 나와 있는 것만 헤아려도 20종이 넘는다. 그중에서도 그가 직접 쓴 책은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이경식 옮김, 랜덤하우스, 716쪽, 1만8900원)과 『버락 오바마, 담대한 희망』(홍수원 옮김, 랜덤하우스, 1만9800원)이다.

1995년(개정판은 2004년)에 쓴 자서전인『 내 아버지로의 꿈』은 그가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정치인’ 오바마 이전의 ‘인간’ 오마바를 이해하고 싶다면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택하는 것이 좋다. 이 책엔 1960년대 초반 백인 어머니와 케냐 흑인 유학생이었던 아버지의 사랑, 의붓아버지와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유년기, 시카고 빈민 지역에서 공동체 조직 활동을 하던 일들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담대한 희망』은 훨씬 ‘정치’ 얘기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책의 내용은 ‘공화당과 민주당’ ‘가치체계’‘헌법’‘정치’‘’인종’‘가족’ 등의 목차로 이뤄져 있다.

『오바마 약속에서 권력으로 』(데이비드 멘델 지음, 윤태일 옮김, 한국과미국, 479쪽, 1만7500원)는 미 상원의원 출마 이후 지금까지 오바마의 정치과정을 취재해 온 시카고 트리뷴 기자가 쓴 전기다. 오바마의 최측근과 멘토, 정치적 경쟁자들 그리고 가족들과 한 치밀한 인터뷰가 이 책에 힘을 보탰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변화』(모린 해리슨·스티븐 길버트 엮음, 홍익출판사, 1만5800원)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오바마의 대표적인 연설문 21개를 모은 책이다. 오마바의 연설의 특징도 파악하고 영어원문을 읽으며 공부해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리자 로가크 편집·임재서 옮김, 중앙북스, 1만3000원)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그의 인터뷰와 연설, 집필 원고들을 76가지 주제별로 정리해 오바마의 화술을 집중 분석했다. 원문과 함께『영어독해 무작정 따라하기』의 저자들(김시묵·신용각)이 쓴 해설이 영어독해 교재 노릇을 톡톡히 한다.

『오바마론』(마틴 더퓌·케이스 보클먼 지음, 최지영 옮김, 늘봄, 314쪽, 1만5500원) 은 오바마의 정치이력부터 선거전략, 웅변술, 각 주 단위 선거의 결과 등 철저하게 ‘선거’라는 렌즈를 통해 오마바를 분석했다. 『오바마 이야기』(헤더 레어 와그너 지음, 유수경 옮김, 명진출판 287쪽, 1만2000원)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주의할 점도 있다. 많은 책들 중엔 ‘오바마’란 이름을 ‘포장용’으로만 끌어다 쓴 자기계발서들이 적지 않다. 이런 책을 피하기 위해서는 저자들의 이력과 책의 목차를 살펴보는 게 좋을 듯하다.

이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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