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인질사태 페루 정부 어떻게 대응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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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페루 주재 일본대사관에 인질로 붙잡힌 외교관들은 과연 어떻게풀려날 수 있을까.
페루 정부와 인질범사이의 첫 협상이 시작되면서 후지모리 페루대통령이 인질범의 요구를 받아들일지,아니면 외국 대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특공대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도밍고 팔레르모 교육부장관이 대표가 된 정부측 협상단은18일 밤(현지시간) 대사관저에 들어가 첫 담판을 벌였으나 별다른 진전은 보지 못했다.
협상에서 인질범들은 ▶투옥된 동료 4백80여명 석방▶현 정부의 시장경제정책 변경▶몸값 지불▶정글지역으로의 이동보장등 4개항의 조건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후지모리 정부는 90년 집권이후 좌익 게릴라에 대한 강경노선으로 안정기반을 다지는데 성공해 이 요구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미국 방송들은 이날 페루 정부 고위소식통의 말을 인용,페루 정부로서는 이 요구조건들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페루 정부가 강경책을 택하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먼저 치외법권 지역인 대사관저에 테러진압부대를 들여보내기 위해선 일본의 사전승인이 필요한데 일본은 인질의 안전에 더관심이 높다.
또 인질들의 위상이 너무 높아 희생자가 나올 경우 국내외로부터 쏟아질 비난을 견뎌내기도 힘든 입장인 것이다.
결국 페루 정부는 협상을 진행하면서 시간을 벌고 게릴라들을 지치게 만든 뒤 국내외 여론을 감안,요구사항의 핵심인 두목 석방과 몸값을 지불하는 선에서 매듭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사건과 아주 비슷했던 80년2월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일어난 좌익반군 도미니카 대사관저 인질극의 진행과정도 이같은 수순을 밟았다.
당시 좌익반군.M19'도 도미니카 국경일 축하파티가 열리는 대사관저에 축구공을 주우러 가는 것처럼 접근해 경비원을 사살하고 난입,미 대사등 외교관들을 인질로 잡았다.
이들은 투옥중인 동료 석방과 5천만달러의 몸값을 요구하다 6일만에 쿠바까지의 안전한 도피와 1백만달러의 몸값을 받는 선에서 매듭지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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