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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치악산-설악보다 낮지만 겨울산행 난코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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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옛날 한 선비가 치악산을 오르다 꿩을 잡아먹으려는 구렁이를 죽이고 꿩을 구해준다.날이 어두워지자 선비는 오두막집에서 하루를 묵는다.오두막집에는 수구렁이의 복수를 위해 암구렁이가 주인여자로 둔갑해 있었다.암구렁이는 잠든 선비를 칭칭 감아 잡아먹으려 한다.목숨이 위태롭게 된 선비는 살려달라고 애원한다.그러자 구렁이는 첫닭이 울기전 빈 절이었던 상원사 종이 세번 울리면 살려주겠다는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한다.
그러나 아무도 없던 상원사의 종이 세번 울렸고 선비는 목숨을건진다.상원사로 달려간 선비는 먼지 낀 종 아래 머리가 깨진 꿩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치악산의.치'자가.꿩 치(稚)'로 된유래다.지금도 상원사 대웅전 바깥 벽에는 보은 설화에 대한 벽화가 그려져 내려온다.
치악산(강원도원주시소초면.1천2백88)은 태종 이방원의 스승이었던 운곡(耘谷)원천석(元天錫.생몰년 미상)이 은둔했던 곳이기도 하다.이방원은 왕위에 오른 후 운곡을 만나러 치악산을 찾았으나 운곡은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키기 위해 그 를 피했다.
이런 이유에선지 치악산에는 태종.운곡과 관련된 이름이 남아 있다.태종이 쉬었던 바위를 태종대,운곡의 행방을 물은 태종에게거짓 답변한 할미가 빠져죽은 늪을 할미소,운곡이 숨어 산 곳을꼬깔바위라 부르고 있다.
치악산은 설악산(1천7백8)보다 4백20나 낮다.그러나 겨울산행을 하기에는 설악산보다 어렵다.치악산에는 등산로가 많지만 구룡사~비로봉~구룡사 코스가 대표적이다.세렴폭포위에 있는 사다리병창부터 비로봉까지는 좁은 암릉길에 얼음이 얇게 얼어 있고 철근으로 만든 사다리를 올라야 한다.
겨울이면 사고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이 코스는 내려올 때보다 올라갈 때 이용하는 것이 좋다.또한 4발이나 6발짜리 아이젠을 꼭 착용해야 한다.
산행은 구룡사입구에서 시작된다.넓은 길을 따라 40분정도 오르면 세렴폭포가 있는 대곡 야영장에 다다른다.대곡교를 건너면 능선길과 계곡길로 갈라진다.왼편 능선길은 사다리병창을 지나 비로봉으로 이어진다.
구슬땀을 흘리며 능선을 따라 약 50분 오르면 사다리병창에 닿는다.이곳부터 얼음 덮인 암릉길과 눈길이 이어진다.사다리병창에서 비로봉까지는 1시간 남짓 거리.
정상에 오르면 치악능선상에 있는 매화산(1천85).향로봉(1천43).남대봉(1천1백81)을 비롯해 멀리 태기산(강원도횡성군.1천2백61).가리산(강원도홍천군.1천51).백석산(강원도횡성군.1천3백50)등이 손짓하며 맑은 날에는 계 방산(강원도평창군.1천5백77)과 소백산(충북단양군.1천4백40)도 보인다. 계곡길 코스를 따라 10여분 내려오면 고개 위에 임시대피소와 함께 공중전화도 설치돼 있다.임시대피소에서 1시간정도 하산하면 대곡야영장에 닿는다.
계곡에는 무릎높이로 눈이 쌓인 경우가 많으므로 스패츠(등산화속에 눈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발목에 대는 각반)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총 산행시간은 넉넉잡고 5시간이면 족하다.주차료 3천원,공원입장료는 문화재관람료를 포함해 1천8백원이 다.
〈치악산=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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