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록밴드 '부시' 미국서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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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연초 미국의 대중음악 전문지 빌보드는.브리트 팝의 공습경보'란 제하의 특집기사를 실었던 적이 있다.비틀스 이후 영국 출신밴드와 가수들이 세계 대중음악산업의 중심지인 미국시장을 휩쓰는현상을 일컫는.브리티시 인베이전'이 또다시 재 연될 조짐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공습'의 첨병으로는 신인급 록 밴드 오아시스와 부시가 지목됐다.빌보드의 예상은 적어도 절반은 적중했다.
이달초 선보인 부시의 두번째 앨범.레이저블레이드 수트케이스'가 발매와 동시에 인기차트를 석권한 것.첫 싱글.스왈로우드'도모던 록 차트에서 5주째 1위에 올라 있다.이같은 추세대로라면4백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데뷔음반.식스틴 스톤 '의 기록 경신도 어렵지 않을 듯하다.데뷔곡으로 히트한 가수가 2집에선 고전한다는 사퍼모어 징크스는 부시에게만은 예외인 것처럼 보인다.
부시는 데뷔시절부터.영국판 너바나'로 불려왔다.보컬리스트 게빈 로스데일의 노래는 커트 코베인과 너무나 비슷했고 연주 스타일에서도 공통점이 많았다.또 곡에 따라 펄 잼.사운드가든등 미국 시애틀의 초기 올터너티브 그룹들과 흡사한 연주 를 보이기도했다. 이같은 특징은 두번째 앨범에서 더욱 강화됐다.가령 네번째 곡.인섹트 킨'을 부르는 로스데일의 목소리는 코베인의 창법을 그대로 답습한 듯하다..마우스'나.스트레이트 노 체이서'등도 리듬기타의 패턴,코드 진행등이 너바나의 영향권을 벗 어나지못한 트랙들이다.이같은 면모는 상당부분 프로듀서 스티브 알비니의 영향으로 보인다.알비니는 너바나의 3집.인 우에트로'의 제작을 지휘했던 인물.
결국 부시는.가장 미국적인 영국 그룹'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명백히 드러냈다.때문에 부시에게는 대중의 환호와“아류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동시에 쏟아진다.이는 비틀스 이래의 영국 그룹들이 새로운 장르의 탄생,연주기법의 혁신등 대중음악 사의 고비마다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던 것과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부시와 함께 미국시장 침공의 선봉장으로 여겨졌던오아시스는 최근 새 음반 제작에 돌입했다.지난 여름 미국 순회공연에 나섰다가 멤버들간의 마찰로.작전상 후퇴'했던 오아시스는무성한 해체설을 씻고 현재 비틀스의 녹음실이었던 영국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에 열중하고 있다.오아시스는 비틀스를연상시키는 복고풍 음악으로 영국에서는 비틀스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아시스가 부시와 함께 90년대판 브리티시 인베이전을 주도할수 있을 것인지,팝 음악팬들의 이목은 또다시 애비로드 스튜디오에 쏠려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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