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메뉴’ 공짜 … 시카고는 잔치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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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배출한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가 잔치 분위기에 젖었다. 버락 오바마 당선인의 정치적 고향인 이곳은 5일 오바마 사진이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버튼 등을 파는 상인들로 북적거렸다. 미국 각지에서 몰려든 취재진도 장사진을 이뤘다. 시카고의 슬럼가인 이 지역이 이렇게 활기찬 모습을 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53가(街)와 레익팍 거리에서 티셔츠를 판매하던 톰 존슨은 “오바마 당선 후부터 사람들의 왕래가 부쩍 늘면서 판매도 크게 늘었다. 오바마 얼굴이 새겨진 10달러짜리 검은색 티셔츠가 가장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CBS와 WGN 등 시카고 지역 주요 방송사들은 오바마의 동네를 취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 지역에서 15년 이상 일했다는 캔디 콜먼은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동네 분위기가 완전히 살아났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제 투표 결과를 화제로 대화를 나눈다”며 “켄우드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봉사한 오바마가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 되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가”하며 감격스러워했다.

오바마가 자주 다녔던 것으로 알려진 식당 밸로이스에서는 이날 오전 모든 손님에게 무료로 아침식사를 제공했다. 메뉴는 오바마가 항상 주문하는 소시지, 달걀, 토스트로 구성된 일명 ‘오바마 메뉴’였다. 이 식당은 최초의 흑인 시장인 해럴드 워싱턴과 제시 잭슨 목사 등 시카고를 대표하는 흑인 정치인들이 즐겨 드나들던 곳이다. 이날은 오바마 당선을 축하하는 의미로 무료 식사를 제공했다.

일리노이주 상원 13지구 사무실에는 4명의 직원들이 나와 일을 하고 있었다. 13지구는 오바마가 연방 상원에 입성하기 전까지 주 상원의원으로 봉사하던 곳이다.

오릴 제임스 지구 디렉터는 “시카고 남부를 배경으로 정치적 경험을 쌓았던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사실에 지역주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많은 주민이 오바마 선거캠페인에 자원봉사자로 나섰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가 살고 있는 켄우드 저택 일대는 경호가 한층 강화됐다. 경호를 맡고 있는 시카고 경찰과 연방경호국은 지난주만 하더라도 집 앞길만 통행을 차단했으나 5일부터는 앞길 좌우의 두 개 블록을 봉쇄, 출입자를 통제하고 있다.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는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는 통상 시카고 도심에서 남쪽 130가에 이르는 지역을 말한다. 20가 인근 차이나타운을 기준으로 이보다 남쪽에는 흑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시카고의 슬럼가인 이 지역은 살인·강간 등 강력 범죄 발생률이 높아 환경이 좋지 못하다. 시카고 시청에서 건설한 고층 아파트가 대거 들어섰지만 우범 지역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재개발 바람을 타고 고급 콘도가 다수 들어서면서 이곳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오바마의 집은 미국 명문 사립대학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시카고대 북쪽에 있으며 미시간 호수와 인접해 있다.

시카고지사=박춘호 기자(polipc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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