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상품 시가평가제 완화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일본이 국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오는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다국적 금융감독 체제를 마련하고, 금융상품의 시가평가제를 완화하자고 제안할 전망이다. 일본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특사로 파견한 교텐 도요오(行天豊雄) 국제통화연구소 이사장과 노가미 요시지(野上義二) 전 외무성 차관은 6일 오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G20 정상회의에서 공조를 요청했다. 특사들은 또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아소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일본 정부는 시가평가제를 원칙대로 적용할 경우 국제 금융불안을 야기할 새로운 불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선 금융위기 이후 각종 금융 파생상품의 시가가 크게 떨어져 이를 보유한 미국 및 유럽계 은행들의 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또 1930년 설립된 국제결제은행(BIS) 외에는 국제 금융안정을 추구하는 기구가 없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는 다국적 금융감독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텐 특사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금융협력이 중요하고 금융산업과 시장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국제적 공조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신용평가회사의 투명성 강화, 자산가치 회계처리의 공정성 확립 등을 위해 국제적 협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이 아소 다로 총리의 뜻”이라고 전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특사 방문은 일본이 G20정상회의에서 금융위기 극복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우리에게 공조를 요청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의 공동기금을 현재 논의되는 800억 달러 이상으로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사들은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중·일 3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800억 달러 규모의 공동기금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상렬 기자

◆시가평가제=주식·채권·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의 가격을 장부가가 아닌 시가대로 장부에 반영하는 제도. 가격이 오르면 오른 대로, 내리면 내린 대로 조정하게 된다. 요새처럼 금융상품 가격이 하락할 때는 큰 규모의 평가손이 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