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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리포트>'몰래카메라' 함정취재 정당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언론이 카메라를 몰래 사용해 불법현장을 고발하는 것은 과연 올바른 취재방법인가.
요즘 미국에서는 몰래카메라로 대형 슈퍼마켓의 불법유통 현장을폭로한 방송사와 이 폭로로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슈퍼마켓회사간의 논란이 한창이다.
법정소송에까지 이른 논란의 주인공은 미국 유수의 방송사 ABC와 14개 주에 체인점을 둔 푸드 라이언 슈퍼마켓회사.
발단은 ABC의 시사프로그램.프라임타임 라이브'의 여성 프로듀서 두명이 이 슈퍼마켓 종업원으로 위장,슈퍼마켓측이 상한 고기를 음식물에 넣고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생선에 표백제를 사용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92년 11월5일 방송 한 것에서 비롯됐다.
당시 프로듀서들은 가발에 극소형 카메라를 숨기고,브래지어에 마이크로폰을 달아 이 장면을 촬영했다.그러자 슈퍼마켓측은 불법적인 방송으로 17억달러의 손해를 보았다며 ABC를 고소,재판이 진행중이다.
슈퍼마켓측은 특히 종업원이 상한 고기를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버렸는데도 ABC가 보고장면만 방송하고 고기를 버린 부분은 편집과정에서 삭제했다고 주장했다.양측의 변호인들도 서로 상대방이불법을 저질렀다고 맞서 논란은 점점 가열되는 양 상이다.
이처럼 몰래카메라등을 이용하는 폭로기법은 미국에서 지난 수십년간 TV시사물의 한 전형으로 자리잡았으며 자주 논란이 돼왔다.올초만 해도 한 프로듀서가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환자로 가장,.엉터리같은 과학'이란 제목으로 한 병원의 허술 한 환자관리를 폭로했다.발끈한 병원측이 고소했으나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기각된 적이 있다.
신문사들도 이같은 방식을 종종 이용했다.70년대 시카고 선 타임스는 가짜 술집을 차려놓고 경찰이 뇌물을 받는 장면을 사진에 담았는가 하면 최근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는 유령회사를 만들어 무기 밀거래를 포착하기도 했다.
미디어 칼럼니스트 켄 올레타는“몰래카메라가 불유쾌한 것만은 아니며 공직자의 부정장면을 포착해 폭로하면 환영할 일이다.그러나 문제는 비윤리적 방법을 사용했는지 여부”라며“ABC의 경우반드시 방송했어야 할 장면을 적절히 보도■는가” 고 반문했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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