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 놀자] 투자액 따라 달라지는 수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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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모든 서비스에는 비용이 수반됩니다. 펀드투자 상담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펀드에 투자할 때 금액 하한이 존재할 뿐 아니라 투자 금액별로 판매 수수료율이 다릅니다. 이는 펀드 판매에 따른 최소비용 때문입니다.

투자금액 하한선이 없는 펀드도 있지만 대다수 펀드의 최소 투자 금액은 2000∼5000달러(약 240만∼600만원)로 책정돼 있습니다. 다만 추가 불입금은 최소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낮춰줍니다. 이런 투자금액 제한은 펀드의 종류·운용사별로 다양합니다.

투자 금액별 선취판매 수수료율은 1만 달러 미만, 1만∼10만 달러, 10만 달러 이상으로 구분됩니다. 우리 돈으로 따지만 약 1200만원, 1억2000만원을 기준으로 고객층을 구분하는 셈입니다. 물론 투자 금액이 적으면 수수료율도 올라갑니다. 이런 판매 관행이 투자자 차별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법률에 의해, 또는 관행에 의해 판매사들이 펀드를 판매할 때 일정한 절차를 밟도록 돼 있습니다. 고객의 투자 성향을 조사하고 고객의 성향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권유해야 하는 판매 절차를 말하는 겁니다.

적합한 판매 절차를 수행하려면 비용이 수반됩니다. 문제는 1억원짜리 고객이든 1000만원짜리 고객이든 최소비용이 비슷하다는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의 펀드 판매사들은 최소투자 금액도 정하고 투자 금액별로 차등화된 요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판매 절차도 정착되지 않았고, 최소 투자금액 제한 및 투자 금액별 수수료율 차등 적용도 없습니다. 그러나 일명 자통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 내년 2월에는 상황이 바뀔 것 같습니다. 이른바 ‘적합성의 원칙’에 따라 판매사들은 고객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권유해야 하는 제도가 시행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처럼 고객이 오면 본부가 팔라고 하는 펀드를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주는 상품입니다”하고 판매할 수 없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면 불완전 판매가 상당 부분 해소될 걸로 보입니다. 다만 소액투자자의 투자 비용도 이에 따라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판매사들이 판매 비용을 충당키 위해 외국의 판매 관행을 따라갈 걸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소액투자자들이 수수료가 저렴한 펀드에 가입하려면 판매직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인터넷 전용 펀드 등에 직접 가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열심히 투자 공부를 해 직접 펀드를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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