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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첫 행정장관 둥젠화 선출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둥젠화(董建華)의 행정장관 선출은 겉으로는 홍콩인들에 의한 선출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의 치밀한 낙점과 경쟁자 제거작업이전개됐고 또 중국내 권력갈등의 일단이 내비쳐진 이른바 중국정치의 투영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董은 오래전부터 중국이 염두에 두고 키워온 인물이라 할수 있다.
지난 82년 부친인 둥하오윈(董浩雲)이 사망한데 이어 85년의 세계적인 해운불황으로 董의 동방해운그룹이 좌초위기에 빠졌을때 부도직전의 동방해운에 자금을 수혈한게 바로 중국이었다.장쩌민(江澤民)주석은 이후 董을 당선시키기 위해 첸치 천(錢其琛)외교부장→루핑(魯平)홍콩.마카오판공실 주임으로 이어지는 선을 조종,치밀한 경쟁자 제거작업을 벌였다.
먼저 홍콩인들의 존경을 받는 거상(巨商) 리자청(李嘉誠)의“상인이 행정장관이 돼선 안된다”는 주장을 잠재웠다.李는 지난해12월에 江주석을 만난뒤부터는 해외를 대상으로 한 업종의 상인은 괜찮다고 말을 바꿨다.두번째는 과거 친영파에 서 84년 반환협정 체결후 친중파로 1백80도 태도를 바꿔 천안문사태마저 찬양,리펑(李鵬)총리의 신임받기에 급급했던 뤄더청(羅德丞).그는 지난 5월 가장 먼저 출마의사를 밝혔다.
중국의 선궈팡(沈國放)대변인은 이에 곧바로 江주석의 말을 인용,“인기가 없는 사람은 행정장관이 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여론조사에서 가장 싫어하는 인물로 꼽혔던 羅를 가리켰음은 물론인데 羅는 9월 출마선언을 철회했다.세번째는 홍콩 에서 가장 인기가 높던 수석행정장관인 천팡안성(陳方安生)의 제거로 홍콩인수 준비위원회(PC)는 지난 10월 행정장관 선출자격과 관련,갑자기 공무원직을 내놓아야만 출마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홍콩 공무원의 풍향계와도 같은 陳方은 중국의 뜻을 읽고 역시 불출마 선언을 해야했다.그러나 문제는 홍콩의 시사지 경보(鏡報)의 발행인 쉬스민(徐四民)이 수석대법관 양톄량(楊鐵樑)을후보로 천거하고 나선 것.청렴.강직한 성격의 楊은 홍콩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다.특히 楊의 배후엔 원로 쉬스민이,徐의 뒤엔 신화사 홍콩분사가,그 뒤엔 다시 리펑총리 세력이 포진한 것으로 알려져 힘든 싸움이 예상됐었다.
그러나 결과는 江주석 세력의 압승으로 끝났다.
중국정치판의.세(勢)싸움'의 한 모퉁이를 엿보게 하는 결과다. 李총리측은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자신이 미는 楊의 형편없는득표율로 인해 자신의 존재를 대외에 확인시키는데 크게 실패했다는 평가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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