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지휘부 문책' 간데없고 일선 작전부대에만 된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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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일 발표된 무장공비사건 작전부대에 대한 합참의 특검결과는.
속빈 강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같다.
소탕작전을 주도한 합참.군사령부의 지휘에 대한 평가는 온데간데 없이 사단급이하 부대의 활동에만 초점을 맞춰 작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치지 못했기 때문이다.결과적으로 합참이 되뇌온 전훈(戰訓)도출이라는 게 단편적인 것만을 엮어놓은 꼴이됐다.합참이 특검에서.결정적인' 상황판단 잘못이나 북한의 기만작전을 짚고 넘어가지 않은 것도 문제다.
합참은 지난달 3일 강릉 칠성산에서 휴전선 인근의 건봉산으로대규모 부대를 이동시켜 당시 칠성산에 도피중이던 공비잔당 2명에게 결과적으로 도주로를 열어주었다.잔당 2명이 남긴 수첩메모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3일부터 7일까지 대관 령을 넘지 못한 채 용평스키장및 월정초등학교 부근에서 숙영한 뒤 8일 오대산에서 버섯채취를 하고있던 민간인 3명을 살해한 것으로 돼 있다. 합참 관계자는▶국군 모부대가 포착한 건봉산에서의 무선교신이 당시 북한과 이뤄진 것이며▶이는 남한 고정간첩의 포위망을 흐트러놓기 위한 교란작전으로 봐야한다고 단언하고 있다.
작전과정에서의 복잡한 지휘계통도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언급되지 않았다.문책도 작전과정중 오인사격한 병사.대위 2명이 가장수위가 높은 사법처리를 받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동진(金東鎭)국방장관이 지난달“과오 지휘관에 대해서는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군법회의에 회부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송사리'를 제물로 삼아 책임져야 할 고위지휘관들이 빠져 나간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게 우 연이 아니다. 金장관이 당시 군령권을 쥔 합참의장이라는 것이 감안된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이와관련,검열에 참가했던 합참 관계자(육군 대령)는“합참에 대한 특검도 실시했지만 잘못을 발견하지 못했다”고만 했다.
대침투작전등을 할 때는 현장에 전훈팀을 파견하는 미 육군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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