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의 코리안' 대우 서창욱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오지 근무가 별겁니까.수당 많이 받고 일도 보람있어 오히려더 좋은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 해외건설현장중 오지(奧地)중의 오지로 꼽히는 라오스 호웨이호댐 공사장에서 만난 대우건설의서정욱(徐正旭.38)과장은 대뜸.오지근무 예찬론'을 편다.일 외에는 달리 여가생활등에 눈돌릴 데가 없는데다 가족과 오랫동안떨어져 있는 외로움을 겪어야 한다.
그러나 그 외에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는 것이다.徐과장이 뭐라든 이 곳은 건설기술자들이 기피하는 오지다.우선 이곳까지 오는 길이 결코 간단치 않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는 교통편이 여의치 않다.따라서 태국쪽에서 들어가야 하며,방콕→우본(태국동부도시)→라오스국경→메콩강도강→팍세까지 비행기.배.자동차를 차례로 갈아타고도 빨라야 5~6시간이상 걸린다.
팍세에서 다시 비포장도로를 덜덜거리며 산꼭대기로 3시간정도 올라가면 해발 1천3백의 우리나라 개마고원같은 곳이 나타나는데이 곳이 바로 댐공사 현장.
지난 93년 대우건설이 라오스전력청으로부터 건설.운영후 인도방식(BOT)으로 수주한 프로젝트로 댐과 1백50㎿ 발전소를 98년까지 지어 30년간 전력을 태국에 파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徐과장은 검게 탄 구릿빛 얼굴만큼이나 강인한 한국 건설인의 모습 그대로였다.사방 수십㎞가 완전히 숲으로 둘러싸인 이 곳에는 7백여명의 외국 기능공들외엔 화전민들만 간간이 보인다.
徐과장이 맡은 일은 메콩강 지류를 막아 만든 댐 뒤쪽 산꼭대기에서 발전소까지의 폭 4,길이 7백14의 수직터널을 뚫는 공사.댐에 가둬놓은 물이 큰 폭의 낙차를 그리며 수직갱을 통해 떨어져야 발전이 가능한 댐공사의 핵심이다.
82년 고려대 토목과를 졸업하고 대우에 입사해 지금까지 국내외 토목사업을 적잖이 해봤지만 이번 수직갱 굴착공사처럼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고 한다.
“전력용 수직갱 굴착은 국내에서 한번도 시도되지 않아 경험이부족한데다 약한 지반에서 물이 계속 솟아나는 바람에 엄청나게 고생했습니다.” 나름대로 보람있다는 徐과장이지만 한국 건설이 오지를 일군다는 자부심마저 없으면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
“해외현장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곳처럼 세상과 동떨어진 곳은 없습니다.지난해에는 어디서 들었는지 한국 사람들은 어떤 동물이든 잘 먹는다며 주민들이 코끼리 한마리를 몰고와 2만킵(약2만원)에 사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세상과 등진 곳이라는 뜻이다.“국내에서 생각하는 만큼 근무여건이 나쁘지 않습니다.기본적으로 회사 차원의 후생복리가 완벽하고 두툼한 월급으로 가계에 보탬이 많은게 큰 이득이죠.”그래서 徐과장은 이곳 근무를 자청하다시피 했다.
徐과장이 받는 오지수당은 인근 동남아 현장(월15만원선)보다월20만원이 더 많다.월급도 국내현장의 2배정도인 월3백30만원선.현지로 부임하면서 50만원짜리 적금도 새로 들었다.내년 5월이면 귀국길에 오르지만 徐과장에게는 한국건설 기술로 오지를캔다는 자부심이 넘친다.
[팍세(라오스)=황성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